K씨는 지난 2012년 한 증권사와 투자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 증권사에 투자하기 위해 삼성증권에 유치해둔 자금을 일부 인출하려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삼성증권 측은 계약서상에 ‘추가 입출금은 제한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씨가 삼성증권과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삼성증권 직원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은 2009년4월부터 2013년 1월까지 4년간 투자자들의 추가 입출금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와 설명서를 투자자들에게 내밀며 불완전판매를 일삼아왔다. 불완전판매란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이 이런 방식으로 체결한 투자계약 규모만 8조5851억원에 달했다.
삼성증권의 A팀장은 2014년 채권매매 거래 상대방인 B주식회사 소속 사원으로부터 3박4일 해외 골프 접대를 받았다. 또 274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대우에서도 일부 직원이 2011년 3월부터 2014년 1월까지 계약서상 수수료 외에 2억2100만원의 돈을 투자자들로부터 더 받았다. 모두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를 규정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사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6월까지 국내 금융회사 113곳이 총 201건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적발됐다. 문책 이상의 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임직원은 349명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피해 발생 건수도 21만3453건에 이르렀다.
금융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6회로 가장 많이 적발됐고 SK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하나대투증권, 한화투자증권이 5회로 뒤를 이었다. 삼성증권과 하나대투증권, 미래에셋대우, 신영증권,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한 해에만 3회 이상 불건전 영업행위로 금감원에 적발됐다.
이처럼 금융회사들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계속되는 것은 금융 당국의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5년간 금융회사들이 불건전 영업행위 적발로 납부한 과태료는 58억원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금융회사들의 악의적인 불건전 영업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반복적인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의 영업정지 등을 고려하는 ‘3진 아웃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단독] ‘추가 입·출금 제한’ 4년간 안 알린 삼성증권
입력 2017-09-25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