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 군인교회가 희망이다] 제대 후에도 신앙 뿌리 내리게… 전역장병 보듬어

입력 2017-09-26 00:00 수정 2017-09-28 14:02
장아브라함 목사(둘째 줄 오른쪽 끝)가 강원도 철원군 육군 8사단 73대대 내 깃발교회에서 장병들과 함께 찬양한 뒤 서로 축복하고 있다. 깃발교회 제공

장아브라함(57) 목사는 주일 새벽마다 강원도 철원으로 향한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평균 4시간 거리지만 힘든 것도 모른다. 민간인 목회자로 육군 8사단 73대대 내 깃발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목사의 임무는 여러 가지다. 먼저 철저히 성경에 근거해 설교한다. 병사들의 생일 등 대소사를 챙기고, 위문 상담을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인근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장 목사에게 군선교에 헌신하는 이유를 물었다. “한국교회 안에 다음세대의 부재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러니 복음을 전해야 할 젊은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가야지요.”

그는 뒤늦게 목사가 됐다. 군선교도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놓고 기도하던 중에 목회자로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순종하지 않았어요. 재능이 있는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거든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 입사했다. 실적이 좋아 승승장구했다. 업계에서 입지가 높아지며 대학 강단에도 섰다.

“나름 만족스러운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도 중에 하나님이 목회자가 될 것을 다시 권면하셨습니다. 그때는 거부할 수 없었지요.” 그는 마흔이 한참 지난 나이에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에 입학했다.

장 목사가 군선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공 덕이다. “선배 목회자를 통해 경기도 연천 전곡읍에 있는 한 군부대 교회의 플래카드를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교회에 직접 가서 보니 환경이 많이 열악하더군요. 무엇보다 대대급 이하 교회엔 목회자가 없는 곳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깃발교회 사역을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헌신한 덕분에 부대 지휘관들의 마음도 열렸고, 교회를 찾는 장병도 점차 늘었다.

사역은 부대 밖에서도 지속된다. 장 목사는 전역한 장병 60여명과 정기적으로 만난다. 그중 마땅히 다닐 교회를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해 지역의 건강한 교회를 수소문해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군선교의 핵심은 장병들이 전역 후에도 신앙생활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교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지요.”

장 목사는 철저히 자비량으로 사역을 하고 있다. 주중에 그가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곧 장병들의 신앙 간증을 담은 책도 발간을 앞두고 있다.

“하나님이 저를 친히 부르시고 맡기신 일인 만큼 앞으로도 불만 없이 군선교를 감당할 겁니다. 나라를 지키는 새벽이슬 같은 청년들의 안위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