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한다] 서병수 부산시장 “지방분권형 개헌의 전도사 역할에 최선 다할 것”

입력 2017-09-27 05:00
서병수 부산시장이 26일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지난 7월 4일 부산 벡스코에서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지역분권 大포럼’에 참가한 부산·울산·경남 지자체와 지방분권협의회 관계자들이 주제발표 후 의견을 나누고 있다. 부산시 제공
“지방분권형 개헌의 전도사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도 지방분권형 개헌이고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강조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해서는 새정부와 문 대통령, 부산시와 서 시장의 입장이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을 담은 개헌안을 처리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틀림없다”며 재차 약속했다.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했다.

서 시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의 ‘전도사’임을 자처했다. 기독교에서 전도사는 목사와 성도들 사이에서 중간매개 역할을 맡는다. 선교활동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가 중앙정부와 시민들 사이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의 매개 역할을 맡아 제대로 추진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서 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차별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시민들이 주도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이 바람직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서 시장은 지난 2월 8일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지방분권형 개헌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지방의 현실은 권한과 재원이 부족한 무늬뿐”이라고 한탄했다. 서 시장은 “시장이 됐지만 지역 골목상권 활성화조차 제대로 추진하기 힘들다”고 설명하고 “자치 입법권과 재정권, 조직권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시장이 특히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지난해 한진해운사태와 조선해운업 위기상황을 겪으면서부터다. 그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실업사태가 발생했을 때 시가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거의 전무했다”며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관공선 등의 조기발주 대정부 건의가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선주와 관련 업체들이 애로사항을 쏟아냈지만 해양수산부 산하 공기업인 부산항만공사(BPA)가 부두운영관리 등을 총괄하고 있어 단순한 건의서만 올리는데 그쳤다는 설명이다.

서 시장은 “부산은 항구도시로 항만관련 연구 시설과 기관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춰 동북아 교통·물류의 관문도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부산시장은 항만·해양과 관련한 결정권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항만·공항 등의 운영 및 관리가 지자체로 이관돼야 진정한 의미의 지역분권이라는 얘기다. 그는 “해당 지역의 장점을 잘 발전시키는 균형발전을 통해 국가 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지방분권형 개헌의 목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가 지방분권형 개헌의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서 시장은 지난 7월 ‘지방분권형 개헌안’을 마련해 국회 개헌특위에 전달했다.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국가 천명’ ‘주민자치권 보장’ ‘양원제 국회 운영’ ‘제2국무회의 설치’ ‘보충성의 원칙 확립(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자치재정권·자치행정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서 시장은 당시 개헌안을 마련해 전달한 이유에 대해 “지방분권형 개헌의 실현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야말로 시민들의 뜻을 모으고 정치권에 건의해야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개헌안 중 ‘양원제 국회 운영’ 부분에 대해 그는 “국회의 구성을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과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으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충성의 원칙 확립’에 대해 서 시장은 “광역지방정부는 기초지방정부가 처리할 수 없는 사무를, 중앙정부는 광역지방정부가 처리할 수 없는 사무를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하고 ‘2030 부산 등록엑스포’ 추진을 예로 들었다. 그는 “등록엑스포를 부산에서 개최하고자 하는 건 국가와 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라며 “기본계획수립 등 제반사항은 이미 완료했지만 범정부적 지원 및 해외 경쟁도시와의 우위선점을 위해서는 국가사업화가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등록엑스포가 엄청난 규모의 행사인 만큼 이를 국가사업화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 시장은 “시민이 중심이 되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이뤄질 때 진정한 지방분권이 가능하다”며 “국회의 헌법개정 추진 과정이 중앙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매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시민들과 함께 논의한다면 진정한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부산시, 지방분권운동 역사
2003년 협의회 출범… 지자체·시민들과 공론화 박차


부산시는 2003년 시의회 및 부산분권운동본부와 함께 지방분권협의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지방분권운동에 나섰다. 이후 지방분권협의회에 부산시교육청과 구청장·군수·기초의회의장을 참여시킨데 이어 연구기관·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상공계·학회 등으로 위원을 19명으로 확대했다. 지방분권협의회(위원장 배준구·경성대교수)는 ‘부산시 지방분권 촉진·지원 조례’를 개정하는 등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부산시와 지방분권협의회는 함께 힘을 모아 지방분권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워크숍을 통해 지방분권 추진 전략을 수립한데 이어 지난 2월엔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 개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영호남 ‘지방분권 개헌촉구 결의문’을 채택한데 이어 3월엔 부산발전연구원을 통해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안) 연구에 돌입했다.

또 영호남 시도지사 대선후보 공약반영 공동건의(4월)에 이어 지방분권 직장교육(6월), 대한민국 지역분권 大포럼을 개최하고 전국 처음으로 부산에서 국회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8월)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7월 4일 벡스코에서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지역분권 大포럼’에서는 부산·울산·경남의 단체장들이 지방분권의 현주소와 동남권 상생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부산시는 주제 발표를 통해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25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단체에는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정책을 추진할 입법권과 조직구성권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는 대기업 위주의 중앙집권적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는 “이제는 지역의 특색을 활용하는 정책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지금은 지방자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켜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방정부는 지역 차원의 다원적 주민복지정책과 재난방재관리 등에서 신속성과 현장성을 담보하고 자기만의 특화자원을 집중 개발·투자해 하나의 브랜드화 함으로써 지방과 국가의 경쟁력으로 확대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을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전국 지자체와 공동으로 ‘지방분권 개헌 촉구 선언문’을 마련해 국회 개헌특위에 전달한 지방분권협의회는 시와 함께 연말까지 지방분권개헌부산시민회의 출범 및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방분권개헌 촉구 대국민 대회와 전국 17개 시·도 지방분권협의회 개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 개최 등도 이어갈 계획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