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현지인에게 돈을 주고 한국인 사업가를 살해하게 한 혐의(살인교사)로 신모(43)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신씨는 2014년 필리핀 살인청부업자들에게 30만 페소(약 750만원)를 주고 허모(당시 64세)씨를 살인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카지노 에이전시에서 일하던 신씨는 2012년 지인의 소개로 허씨를 만났다. 이듬해부터 19차례 사업비 명목으로 허씨에게서 5억원을 빌렸다.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한 신씨는 빚을 갚을 수 없게 되자 2014년 1월 허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현지 운전기사 A씨를 통해 B씨 등 사설경호원 3명을 소개받았다. 이들은 같은 달 필리핀을 방문한 허씨를 살인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신씨는 포기하지 않고 “관광시켜줄 테니 놀러오라”며 허씨를 꼬드겼다. 다음 달인 2월 허씨가 필리핀을 다시 찾자 신씨는 그를 호텔 주변 도로로 유인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B씨 일당은 그 자리에서 허씨를 권총으로 살해했다.
당시 유력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증거 부족으로 빠져나갔던 신씨는 3년7개월 만에 붙잡혔다. 경찰은 “해외에서 살인을 교사한 한국인이 국내에서 검거된 건 처음”이라며 “국제공조를 통해 추가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사건 인사이드] 5억 빌려 도박으로 날리고… 채권자 청부 살해
입력 2017-09-25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