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 평가전 퇴짜, 축구협 ‘망신’

입력 2017-09-25 18:18 수정 2017-09-25 21:54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왼쪽 사진). 히딩크 전 감독 측에게서 연락 받은 적이 없다는 거짓말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협회 관계자와 귓속말을 주고 받고 있다. 뉴시스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부임 논란으로 비판받은 대한축구협회가 다음 달 예정된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취소하며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협회는 튀니지 대신 모로코와의 평가전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절차상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해 무능함만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23명의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협회 관계자는 “다음달 10일 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튀니지와의 평가전이 상대팀 내부 사정 으로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튀니지 대신 모로코와 평가전을 추진 중이다. 경기 시간과 장소는 평가전을 확정한 뒤 추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당초 협회는 튀니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1위의 강팀이고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평가전 상대로 결정했다. 튀니지대표팀의 나빌 말룰 감독은 그러나 지난 19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평가전을 치를 수 없다고 밝혔다. 튀니지가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경기를 치른 뒤 사흘 만에 한국과의 평가전을 준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당시 협회는 예정대로 평가전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협회 관계자는 “파리 테러 우려 등에 따른 장소 문제로 양측 협회가 고민이 많았지만 현재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팀 내부 문제가 얽힌 튀니지 감독의 언론 플레이라 볼 수 있다. 빠른 시일 내 평가전을 확정할 계획”이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불과 6일만에 튀니지와의 평가전 무산 사실을 시인했고 대체국가 찾기에 부랴부랴 나섰다. 축협이 평가전을 준비하면서 상대국의 지역 예선 일정과 여건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이 오는 11월 브라질(2위), 벨기에(5위) 등 축구강국들과 평가전을 추진하는 것과 비교해 협회의 무능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신 감독은 최근 이슈가 된 히딩크 전 감독 논란에 대해 소감을 피력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월드컵 최종 예선 도중 축구협회에 대표팀 감독 자리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고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축구팬들의 복귀 여론이 뜨거운 상황이다.

신 감독은 “(히딩크 전 감독 논란이)솔직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면서도 “소신껏 신태용식 축구를 하겠다. 우리의 목표는 평가전이 아닌 월드컵 본선”이라고 강조,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의 비판 여론에 대해 “축구팬들이 힘을 줘야만 우리가 나아갈 수 있다. 질타와 칭찬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다만 “히딩크 감독이 사심 없이 대표팀을 도와준다고 하면 1%의 거절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신 감독은 이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평가전 대표팀 전원을 해외파로 구성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