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박근혜정부가 마련한 ‘양대 지침’ 폐지를 공식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김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달 중 폐기하겠다고 밝힌 만큼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게다가 양대 지침은 법 집행을 위한 행정부의 업무처리 기준에 불과하고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로 실질적 효과도 거의 없었다. 지침 폐지로 불필요한 시빗거리가 사라진 만큼 정부와 노사는 실효성 있는 노동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1월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고용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공정인사 지침’은 성과가 낮거나 근무태도가 나쁜 노동자를 추리는 원칙과 절차를 제시했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임금피크제같이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노조의 동의 없이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양대 지침을 발표한 데는 시대에 뒤떨어진 노사관계에 묶여 국가경쟁력이 나날이 떨어지는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겼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계를 설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지침은 곧 한계에 부닥쳤다. 관련법과 판례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설명은 ‘손쉬운 해고’라는 구호에 묻혔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하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정부는 “불법 파업에는 엄정 대처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설득에 나서지 않았다. 극단적인 투쟁만 외치는 대기업 노조의 귀족적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적폐로 몰려 1년8개월 만에 폐기된 것이다.
이제 노동개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내년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다. 노사정위원장에는 재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그렇지만 정작 고용 현실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인데,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노동계의 응답이 시급한 이유다. 노동계가 기득권 수호에 갇혀 웅크리기만 한다면 최악의 실업난이라는 현실은 결코 개선될 수 없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당장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할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경제성장의 엔진을 다시 한번 힘껏 돌리기 위해 기업을 옭죄는 낡은 틀을 없애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행정지침이라는 편법을 쓴 지난 정부와 다르게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노동계가 힘을 보태야 한다.
[사설] 고용부의 ‘양대 지침’ 폐기, 노동개혁 출발점 돼야
입력 2017-09-25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