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바야흐로 ‘비상금대출’ 전성시대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에 시중은행도 참전했다. 카드업계에선 카드론 시장 축소에 대한 걱정이 깊어졌다. 쉬운 대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은 50만∼300만원의 소액 대출이다.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대출한 건수 가운데 52.7%가 이 같은 비상금대출 성격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의 6.9%에 그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소액대출을 이용했다는 방증이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등급에 따라 연 3.44∼15.0%의 금리로 소액을 대출해주고 있다.
여기에 시중은행도 비슷한 소액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뛰어들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전용 대출상품 ‘포켓론’을 출시했다. 신용카드만 있으면 50만∼500만원을 연 3.01∼10.23%의 금리로 빌릴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KB리브 간편대출’을 내놨다. KB스타클럽 골드스타 등급 이상이면 최대 300만원을 공인인증서 없이 연 4.68∼5.08%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도 SK텔레콤과 합작한 ‘핀크(Finnq)’를 통한 ‘하나핀크 비상금대출’을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13∼14%의 카드론 평균금리보다 저렴한 이자로 소액 대출에 나서자 카드업계는 근심이 깊어졌다. 정부가 카드사의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카드론 확대를 옥죄는 데 이어 경쟁자마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론 증가세는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9조2655억원 규모였던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취급액은 올해 1분기(8조9975억원)와 2분기(8조8655억원) 연속 줄었다. 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이 뛰어든 올해 3분기 이후로는 더 줄었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쉬운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높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과잉 대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은정 간사는 “대출을 축소하려는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틈새시장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대출은 생활자금 등으로 사용돼 상환의 담보력이 떨어지며, 소액이긴 하나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아 연체하면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부담한다. 이에 대한 안내와 금융당국의 감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쉽고 빠른 모바일 대출, 빠르게 늘어 우려 커져
입력 2017-09-25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