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가 시작된 지난주 국민일보는 ‘총대님들, 올해도 자리 비우실 건가요?’(국민일보 2017년 9월 19일자 29면 참조)라는 기사를 통해 총대들이 총회 중 자리를 비우는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총대들의 이석(離席)문화가 성숙한 총회의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 보도가 나간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습니다. 대부분 교단들의 총회가 한창이던 20일을 기점으로 총대들의 총회 출석률이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총회 첫날인 지난 18일 1341명이 출석했지만 20일에는 833명만 자리를 지켰습니다. 총대 정수가 1460명인 걸 감안하면 이날 참석한 총대는 전체의 57.0%에 불과했던 겁니다. 그나마 예장통합은 21일 무사히 예배를 드리고 폐회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정족수가 부족해 폐회조차 못하고 정회하고 말았습니다. 간혹 이처럼 정족수 미달로 폐회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게 교단의 설명입니다. 기장 총회 총대는 684명으로 개회 첫날인 19일에는 656명이 출석했습니다. 둘째 날부터 총대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20일 속회 때 352명이던 총대가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급기야 296명이 됐습니다. 과반에 미치지 못한 것이죠. ‘폐회’냐 ‘정회’냐를 두고 논란을 벌인 기장은 결국 정회를 선택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장은 이번 102회 총회에서 전쟁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어수선한 시국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담은 ‘경주 선언서’를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사실 22일 오전, 선언서작성위원회는 ‘경주 선언서’ 초안 작성을 마무리한 상태였습니다. 폐회예배에 앞서 선언서를 낭독하고 총대들의 허락만 거쳤으면 ‘경주 선언서’를 발표하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 ‘기장의 정신’이 향하고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경주 선언서는 다음 달 19일 군산성광교회에서 열리는 제102회 총회 속회 때 ‘군산 선언서’로 발표될 운명에 처했습니다. 물론 총대들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은 있습니다. 장거리 출장을 와 집으로 돌아갈 차표를 예약했기 때문에 회무가 조금만 길어져도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를 대표하는 총대라면 개회부터 폐회 때까지 회의장을 지키는 게 맞지 않을까요. 또다시 내년 총회를 기약해 봅니다.
경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미션 톡!] 총회장 자리 비우기 악습 설마했더니…
입력 2017-09-2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