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석 앞두고 발 묶인 ‘삼시세끼' 만재도 주민들 왜

입력 2017-09-25 18:29

전남 신안군 만재도 주민들이 때아닌 ‘유배생활’을 하고 있다. 만재도는 케이블TV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동안 만재도 주민을 근처 바다에 떠 있는 여객선까지 옮겨주던 작은 배가 멈춰섰다. 면세유(농어업용 기계류에 쓰이는 석유류로 각종 세금 면제) 보급이 끊겨서다. 추석을 앞두고 발이 묶인 주민들이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수산업협동조합(수협)은 배 용도가 면세유 지급 기준에 어긋나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만재도는 목포항에서 여객선을 타면 5시간30분 걸린다. 여객선이 하루에 한 번 만재도를 찾지만 좁은 선착장 때문에 접안하지 못한다. 섬에서 50m 근처까지 오면 작은 배를 내보내 바다 위에서 ‘환승’을 한다. 이 작은 배를 종선(從船·큰 배에 딸린 작은 배)이라 부른다.

10년 넘게 환승용 종선을 운행해 온 이는 만재도 주민 고모씨다. 고씨는 25일 “섬에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제가 젊은 축에 속하다 보니 주민들 편의를 위해 지금까지 종선 운행을 담당해 왔다”고 말했다. 환승용 종선은 평소 고씨가 어업에 사용하는 배다. 주민들에게 따로 운임을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안군 수협이 고씨 배에 지급하던 면세유를 끊으면서 사달이 났다. 어업용으로만 쓸 수 있는 면세유를 여객용으로 쓰면 부정수급이 된다는 게 이유다. 면세유 공급이 중단되면서 고씨는 24일부터 배를 몰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긴급회의를 가졌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만재도 주민 김모씨는 “지금껏 섬사람들 이동 문제에 그토록 무관심했던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사용하던 길까지 막아버리니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씨는 본래 생업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종선으로 활용하던 배에 면세유를 받을 수 없게 돼 어업용으로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면세유는 경유 가격의 절반 정도로 싸다. 고씨는 “면세유를 끊는다는 건 어민들에게는 일하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고 말했다. 가격 부담을 무릅쓰고 일반 경유를 쓰고 싶어도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불가능하다. 다시 면세유를 받으려면 주민 이송을 위해 받은 기존 특별허가를 취소하고 어업용으로 다시 선박등록을 해야 한다. 생업을 위해서 종선 역할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주무부처인 해수부 관계자는 “주민 이송을 위한 여객용 종선에 어업용 면세유를 쓸 수 없다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종선에 여객용 면세유를 지급할 수 있을지 등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