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은퇴 연령을 늦추고 부가가치세를 인상해 연금 재원을 확보하려던 스위스의 연금개혁 시도가 또 무산됐다.
24일(현지시간) 실시된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여성의 은퇴 연령을 현행 64세에서 남성과 같은 65세로 높이는 연금개혁 법안이 반대 53%, 찬성 47%로 부결됐다. 또 독일(19.0%) 프랑스(19.7%)보다 훨씬 낮은 부가가치세 세율(8.0%)을 0.3% 포인트 인상해 장애연금 재정에 쓰려던 방안도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찬반 비율이 50%로 같았지만 반대에 표를 던진 유권자 수가 2357명 더 많았다.
스위스는 최근 20년 동안 3차례 연금개혁 방안을 추진했지만 모두 좌절됐다. 이번에 국민투표에 올린 개혁안은 2013년부터 정부 주도로 마련됐다. 법안은 지난 3월 의회를 통과했지만 마지막 관문인 국민투표에서 막혔다.
1950∼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세금 인상, 늦춰진 은퇴 연령 등 현실적 불이익을 거부하는 여론의 반대를 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반발을 의식해 새로 연금을 받게 될 대상자에게 매달 70스위스프랑(약 8만2000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냈지만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한편 스위스에선 지난해 6월 모든 국민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의 최저생계비 지급 보장 법안에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국가연금 지급액을 10% 올리자는 법안도 부결됐다. 국민들이 당장 소득이 늘어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은퇴 늦추고 세금 올리려다… 스위스 연금개혁안 부결
입력 2017-09-25 18:25 수정 2017-09-25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