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곰, 177일 만에 호랑이 따라잡았다

입력 2017-09-24 23:08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투수 김강률(왼쪽 사진 오른쪽)이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정규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팀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양의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9회 2실점으로 부진한 KIA 타이거즈 투수 임창용. 두산은 이날 승리로 KIA와의 승차를 지우고 올 시즌 개막전 승리 후 177일 만에 공동 1위에 올랐다. 두산 제공, 뉴시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에게 24일은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는 하루가 됐다. 후반기 맹추격을 시작한 두산이 결국 선두 KIA를 따라잡았다. 반면 시즌 내내 1위를 질주하던 KIA는 정규시즌 종료를 불과 9일 남기고 따라잡히는 신세로 전락했다.

두산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6대 4 역전승을 거뒀다. 6연승을 내달린 두산은 82승3무55패를 올려 이날 패배한 KIA(82승1무55패)와 승률(0.599)이 똑같아졌다. 이로써 두산은 3월 31일 한화 이글스와의 공식 개막전 승리 후 무려 177일 만에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두산은 전반기 주축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디펜딩 챔피언’의 위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7월 13일 전반기가 종료됐을 때 성적이 5위였다. 당시 1위 KIA와의 승차가 무려 13경기나 됐다. 정규시즌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도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두산의 저력은 후반기에 빛이 났다. 후반기 40승16패2무(승률 0.714)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결국 기적적으로 이날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반면 KIA는 다된 밥에 스스로 재를 뿌리며 2009년 이후 8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4월 17일부터 줄곧 선두를 지키던 KIA는 NC 다이노스와 잠시 공동 선두를 이룬 6월 28일 이후 88일 만에 다시 두산에 공동 1위를 허용했다.

더 큰 문제는 경기력이다. KIA는 전반기 57승28패(승률 0.671)를 거두며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을 예약했다. 그런데 후반기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고질적인 불펜 난조는 더 심해졌고, 타격은 침묵했다. 실제 KIA는 이날 한화전에서 선발 팻 딘이 8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9회에 올라온 필승조 임창용과 심동섭, 김세현이 홈런 한 방을 포함해 대거 4점을 내줘 0대 5로 완패했다. 지난달 중순 “(2위 두산이 1위 KIA와의) 6경기 차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최형우는 이날 4타수 무안타에 삼진을 3개나 당했다. 코칭스태프의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운용과 작전도 계속 이어졌다. 결국 후반기 25승1무27패로 승률 5할에도 미치지 못하며 공동 선두 자리를 허용했다.

이제 두산은 4경기, KIA는 6경기를 남겼다. 따라서 2경기가 더 남아 있는 KIA가 산술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현재 기세로는 두산이 훨씬 우위에 있다. 두산이 남은 경기에서 전승하면 KIA도 역시 6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승률에서 앞서 1위가 된다.

3위 싸움도 점입가경이다. NC 다이노스는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 터진 대타 이호준의 극적인 3점짜리 역전 굿바이 홈런에 힘입어 4대 3으로 승리했다. 3연패에서 탈출한 4위 NC는 이날 경기가 없던 3위 롯데 자이언츠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NC는 4경기, 롯데는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이제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반면 불펜 난조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LG는 5강행이 더욱 힘들어졌다. 7위로 추락한 LG는 5위 SK 와이번스와의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24일 프로야구 전적>

△LG 3-4 NC △kt 4-6 두산

△한화 5-0 K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