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上告)제도 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26일 취임식을 앞두고 있는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고심제도 개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연간 4만 건이 넘는 사건에 파묻혀 있는 대법원의 ‘상고심 체증’ 현상 해소가 시급한 현안이란 것이다. 상고제도 개혁은 사법서비스의 고객인 국민 입장에서 새로운 대법원장 체제의 변화를 가장 우선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법원의 심급제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관련 제도 중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고허가제는) 한번 실시했다가 부작용 때문에 폐지돼 다시 꺼내들기 조심스럽다”며 “부작용을 막을 방법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사법부 내부에서 그간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대법관 증원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제도 도입도 다시 추진될 수 있다.
상고허가제는?
상고제도는 지난 50년간 수차례 개편을 거듭해 왔다. 1961년 고등법원에 상고부가 설치된 것이 최초의 개혁 시도였다. 상고부가 1심 단독사건 등 비교적 간단한 사건의 3심을 맡았고 대법원은 모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심리했다. 하지만 ‘상고심 재판이 각 지역에 분산돼 법해석을 통일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63년 폐지됐다.
상고허가제는 전두환 정권 때인 81년 도입된 바 있다. 법에 규정된 상고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3심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상고사건 허가 비율이 15∼20%에 불과했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90년 폐지됐다.
상고허가제가 사라지자 대법원으로의 사건 폭주 현상은 재현됐다. 대법원은 94년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4조가 규정하는 사유에 한해 심리하고 그 외 사건은 이유를 적지 않고 상고를 기각한다’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도입했다.
대법원에 쏟아지는 사건 수사가 연간 3만 건을 넘어서면서 심리불속행 제도 역시 한계점에 봉착했다. 대법원은 2014년부터 상고법원 도입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대법관들은 정치·사회 주요 사건만 심리하고 일반 상고 사건은 상고법원에서 심리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상고법원 설치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2년 가까이 표류했고, 결국 법제사법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폐기되는 수모를 겪었다.
상고법원 재도전?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도입, 대법관 증원 등 상고제도 개혁은 신임 대법원장이라도 쉽사리 손댈 수 없는 사법부의 ‘뜨거운 감자’로 꼽힌다. 이명박정부에서 임명된 양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상고법원 도입에 전력투구했지만 청와대의 반응은 냉랭했다. 법조 3륜의 한 축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관 수를 늘리면 상고심 재판이 충실해질 것”이라며 상고법원 대신 대법원 증원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나 여건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문재인정부 집권 초반 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사법개혁 의지를 등에 업고 상고제도 개혁이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청문회에서 “상고법원 제도로 할지, 상고허가제로 할지, 고등상고부로 할지를 분명히 정해 국민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고제도 개선 추진 방식 등은 김 대법원장의 취임 이후 여러 현안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상고허가제 등 상고제도 개혁 ‘큰 그림’ 그린다
입력 2017-09-2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