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4연임 확실… 콜과 16년 최장기 집권 동률

입력 2017-09-24 21:15 수정 2017-09-24 23:2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 베를린의 한 투표소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유럽의 좌장 격인 독일에서 향후 4년을 책임질 정부와 총리를 선택하는 총선 투표가 24일 오후 6시(한국시간 25일 오전 1시) 종료된 가운데, 12년째 재임 중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이 확실시된다. 메르켈 총리의 연임이 확정되면 그를 발탁했던 헬무트 콜 전 총리(1982∼1998년 재임)의 16년 집권 기록과 동률이 된다. 동시대 서구 열강에서 흔치 않은 초장기 집권이다.

개표 결과는 25일 오전에 공식 발표된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승리가 유력하지만, 전체 598석 중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연립정부 구성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 결과는 기민·기사당 연합이 34∼36%, 사회민주당 21∼22%,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11∼13%, 좌파당 9.5∼11%, 자유민주당(FDP) 9∼9.5%, 녹색당 7∼8% 순이었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2013년 이후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해왔지만 이번에는 사민당 대신 자민당, 녹색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이끄는 사민당은 부자 증세와 연금생활자 빈곤 퇴치를 약속하며 메르켈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미 낮은 실업률을 더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다만 난민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정책은 선거에 불리하다는 판단 아래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았다.

첫 의회 입성을 눈앞에 둔 AfD는 제3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기민·기사당 연합이 다시 사민당과 연정을 이룰 경우에는 AfD가 제1야당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미국 CNN방송은 독일 총선 결과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북한에까지 중요한 이슈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하지 않은 메르켈 총리가 계속 EU를 이끌게 되므로 미국-EU 관계가 계속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 독일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도 주도하고 있다. 또 독일은 유럽의 최강국으로서 북한 핵 문제 대처에도 목소리를 키워 왔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