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일파만파… 산업계 곳곳 불똥

입력 2017-09-25 05:01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하면서 비슷한 고용 형태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혼란에 빠졌다. 서비스·제조업계까지 도급·파견 근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 논란은 산업계 전체로 번질 조짐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번주 중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 명단과 시정명령 공문을 SPC그룹측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지난 21일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업무 지휘를 하는 등 불법 파견을 했다고 보고 이들 5378명을 가맹 본사(파리크라상)가 직접 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논란은 업계 2위인 CJ푸드빌 뚜레쥬르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 뚜레쥬르 역시 협력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이 파리바게뜨와 유사하다. 다만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와 달리 본사에서 제빵기사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용부가 업무지시 범위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뚜레쥬르도 문제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의 명령은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협력업체 소속 기사 1300여명이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원청업체)와의 묵시적 근로관계를 인정해달라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했다. 하지만 이번 고용부의 명령에서 본사의 조기 출근 요구 등이 직접 근로 감독의 근거로 작용한 만큼 삼성전자서비스 소송에서도 업무교육·평가 부분이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도 이 문제와 연관이 있다. 고등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간접공정에 투입된 사내하도급 근로자까지 불법 파견 인력으로 규정하고 본사에 정규직 고용을 주문했다. 현대·기아차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용부의 명령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경총은 이날 “실제 제빵사는 가맹점에서 가맹점주 지시대로 일하는데 이런 측면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라며 “제조업에서 적용되는 원·하청간 불법파견 법리를 성격이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 산업에 확대 적용한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가맹계약상 용역 지원은 상법의 영역이기 때문에 노동법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 경총 주장이다. 상법은 가맹본부가 가맹업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 가맹사업법 역시 지원과 교육, 조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본사(파리크라상)가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불법파견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제빵업무는 인력 파견 가능 대상 업종이 아니어서 가맹본사가 적법하게 이들을 가맹점으로 보낼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