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들 ‘졸음운전’ 위험한 질주

입력 2017-09-25 05:00

졸음운전을 하던 택시 운전기사가 도로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을 덮쳐 그 중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4일 오전 3시21분쯤 서울 송파구 올림픽대로 남단사거리 근처에서 엄모(55)씨가 몰던 택시가 상수도 배관공사 작업 중이던 인부 3명을 들이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중 위모(52)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사망했고 오모(55)씨도 뇌출혈 등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다 숨졌다. 장기 손상을 입은 한모(53)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을 입은 택시 승객 2명은 병원에서 치료 받은 후 귀가했다.

엄씨는 경찰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시속 60㎞ 정도로 운전하던 엄씨는 방향을 틀어야 하는 상황에서 졸다가 그대로 직진했다. 그의 이날 근무 시간이나 수면 시간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택시 기사의 노동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서울 택시 노동자 697명 중 69.7%가 최근 1개월 동안 ‘아차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4번 이상 경험한 비율도 11.1%에 달했다. 아차사고란 졸음운전 등 피로로 인해 사고가 날 뻔 했던 상황을 가리킨다. 그 원인은 장시간 근무 환경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택시 노동자 중 73.5%가 운행일에 하루 1시간 미만을 휴식한다고 답했다.

택시업계 노동자들은 휴식을 취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이삼형 사무장은 “사납금 부담 등으로 택시 기사들이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에 시달린다는 건 이미 여러 번 지적된 사실”이라며 “제도 개선과 관리감독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엄씨가 소속된 택시회사는 사고가 졸음운전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1일 2교대제로 운영하는데 장시간 근무에 시달릴 만한 그런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뒤에 탄 승객 2명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기사가 이를 말리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졸음운전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본인이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고 블랙박스로도 그런 정황을 확인했다”며 “사고지점이 특별히 위험하거나 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곳도 아닐 뿐더러 다른 사고 요인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