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쥐기 무겁고 불편하다 싶다가도 금세 익숙해졌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이 들었다. 한동안 보지 않던 전자책 앱(애플리케이션)을 다시 켰다. 영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노트북을 켜는 일이 줄었다.
열흘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8을 써본 소감이다. 한두시간 체험이 아닌 실제 사용을 해보고 싶어 기존 스마트폰에서 쓰던 유심(USIM) 카드를 갈아 끼웠다. 기존 스마트폰의 앱이나 통화·문자 기록 등은 ‘스마트 스위치’ 앱으로 간편하게 옮겼다. 노트8 패키지에 동봉된 USB 케이블을 사용해 스마트폰을 연결하기만 된다. 예전에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아 데이터를 일일이 옮겨야 했었다. 사진이나 연락처는 구글 계정과 연결해 동기화만 하면 됐다.
노트 시리즈의 자랑거리, S펜
S펜은 필기감이 좋은 펜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S펜은 펜팁 지름이 0.7㎜, 지원하는 필압이 4096 단계로 세분화돼 있다. 손에 힘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화면에 나타나는 선의 굵기가 달라졌다. 글씨가 부드럽게 잘 써져 캘리그래피도 흉내 낼 수 있었다. 종이와 펜을 꺼내는 시간에 노트8에 들어있는 S펜을 ‘딸깍’하고 눌러 꺼내면 순식간에 메모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갑작스럽게 메모가 필요할 때나 이동하면서 떠오른 생각을 적을 때는 ‘꺼진 화면 메모’를 활용했다. 꺼진 화면 메모는 최대 100페이지까지 추가해 메모를 할 수 있다.
S펜으로 움직이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라이브 메시지’ 기능은 활용도가 다소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직접 이모티콘이나 손 글씨를 만들어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지만 GIF 파일을 만들고 보내는 데 수 초의 시간이 걸려 즉각적인 대화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반짝이는 효과나 형광펜 효과는 호기심에 몇 차례 써본 뒤로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이밖에도 S펜을 갖다 대면 번역이 가능했고 환율이나 단위 변환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만 S펜 측면에 있는 버튼을 누를 때는 ‘조금 세게 누르거나 힘을 주면 부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티미디어에 적합한 시원시원한 화면
6.3인치 화면은 이 기기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유튜브 등 짧은 영상은 기존 스마트폰으로도 자주 찾아봤지만 영화를 볼 때는 화면이 작고 답답해 노트북이나 TV를 켤 때가 많았다. 그런데 노트8은 굳이 다른 모니터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갤럭시 S8 등 전작보다 곡률이 작아 화면이 잘려 보이는 느낌도 덜했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눕거나 엎드려 영상을 볼 때 편리했다. 다만 스피커가 하나뿐이라 웅장한 음향은 아쉬웠다. 충전 단자 옆에 있는 스피커 부분을 한 손으로 가리면 소리가 대부분 차단됐다.
큰 화면은 전자책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도 몰입감을 높였다. 전자책은 5인치 화면의 스마트폰으로 보기에는 답답하고 침침한 느낌이 있는데, 노트8으로 볼 때는 불편함이 없었다. 큰 화면으로 하는 게임도 좀 더 생생했다. 일부 게임 등 앱이 노트8 화면 크기를 지원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화면이 크다보니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여러 앱을 동시에 띄워놓는 ‘앱 페어(App pair)’ 기능도 편리했다. 엣지 패널에 앱 페어를 추가하면 한 번의 터치만으로 두 개의 앱이 동시에 구동된다. 18.5대9 화면비로 두 개의 앱이 잘림 없이 화면을 채웠다. 동영상을 보면서 메신저 앱을 쓰거나 내비게이션 앱과 음악 앱을 함께 쓰기에 좋았다.
광각과 망원, 갤럭시의 첫 듀얼카메라
카메라는 자주 쓰고 싶게 했다. 갤럭시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탑재된 듀얼카메라는 광각과 망원 렌즈로 구성돼 넓고 심도 깊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특히 멀리 있는 피사체를 확대해서 찍을 때 기능이 돋보였다. 광학 2배줌과 디지털 10배 줌을 지원하면서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 기능이 듀얼카메라 모두에 적용됐다. 그래서인지 확대해 찍은 사진을 보면 다른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초점이 잘 맞아 있었다.
배경을 흐릿하게 조정하는 건 별도의 보정 없이 ‘라이브 포커스’로 가능했다. 촬영할 때도 배경을 어느 정도로 흐릿하게 할지 조정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사진을 찍고 난 뒤에도 갤러리에서 다시 조정할 수 있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인물을 돋보이게 찍을 수 있어 다른 보정 앱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본 카메라에 내장된 스티커 기능을 사용하면 얼굴을 움직이는 대로 동물 등 캐릭터 마스크가 적용된다. 꾸밀 수 있는 종류가 꽤 많아 다른 앱을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고민되는 100만원대 가격
노트8은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자잘한 기능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스마트폰이다. 배터리 용량이 큰 편이 아닌데다가 멀티미디어를 감상할 때 배터리가 빨리 닳는 느낌이 있지만 고속 충전이 가능해 배터리 부족은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각진 느낌으로 그립감이 뛰어나지 않지만 거슬리는 정도도 아니다. 한손 조작이 힘들어 한손으로 넓은 화면 이곳저곳을 터치하려다 보면 잘못 눌리는 경우(고스트 터치)도 간간이 있지만 역시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럼에도 가격은 여전히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노트8 64GB 모델은 109만4500원, 256GB 모델은 125만4000원에 책정됐다. 스마트폰을 쉽게 떨어뜨리거나 잃어버리기도 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선 구매 결정을 힘들게 하는 가격이다. 웬만한 디지털 카메라나 노트북만큼의 가격이라 구매를 하기 전 여러 고민이 들게 할 것 같았다. 비싼 스마트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액정 보호 필름과 케이스도 필수다. 필요하면 분실이나 파손 보험도 들어야 하니 부가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갤럭시 시리즈는 출시될수록 충성스러운 갤럭시 유저를 늘려가고 있다. 대표적인 기능이 ‘삼성 페이’다. 삼성 페이 하나로 지갑이나 두꺼운 카드 케이스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앞으로 ‘빅스비’나 스마트폰으로 데스크톱 환경을 사용하게 해주는 ‘삼성 덱스’도 충성 고객을 늘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아이폰 충성 고객이 있는 것처럼 노트 충성 고객, 더 나아가 갤럭시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선 얼마나 쓸모 있는 기능을 편하게 구동하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노트8은 지금 시점에서 갤럭시 충성 고객을 유인할 충분한 매력이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노트8, 갤럭시 충성 고객 유인할 매력 갖췄다
입력 2017-09-25 21:42 수정 2017-09-26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