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종교 ‘캠퍼스 침투’ 교묘… 취업난 틈타 “무료 심리상담” 접근

입력 2017-09-24 18:10

취업준비생 구모(25·여)씨는 가짜 심리상담가에게 속았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를 포교하기 위해 심리상담가를 사칭한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구씨는 중학교 동창을 통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대학 심리학과 대학원생 A씨를 소개받았다. A씨는 실습을 겸해 구씨에게 무료 심리상담을 해주겠다고 했다.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구씨는 A씨와 1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이어갔다.

한 달 후 A씨는 갑자기 “스트레스 해소에 성경 공부가 도움이 된다”며 함께 공부할 것을 제의했다. 수상하게 느낀 구씨는 A씨 대학원에 전화를 해봤고 그가 그곳 학생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SNS를 통해 A씨가 교주를 신격화하고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집단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교주 이만희) 소속이라는 정황도 발견했다.

구씨는 “처음엔 무료로 심리상담을 해준다고 해 반신반의했지만 상담을 받으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았다”며 “나중에 포교 때문에 접근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 받았다. 사람에 대한 기본적 신뢰까지 잃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대학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같은 제보가 꾸준히 있어 사칭을 주의하라는 공지를 심리학과와 상담센터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말했다.

새 학기를 맞아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사이비 종교집단의 포교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엔 단순히 설문조사를 해달라거나 인상이 좋아 보인다는 식으로 다가왔다면 최근엔 심리상담이나 멘토를 소개해주겠다며 접근하고 있다.

대학생 김모(23·여)씨도 낯선 이에게 소개받은 ‘멘토’로부터 갑작스레 성경 공부를 권유받았다. 김씨는 지난 7월 서점에서 우연히 옆에 있던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자신이 게임 쪽 진로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낯선 이는 지인 B씨가 게임회사에 다닌다며 선뜻 소개해줬다.

전공과 인생에 대한 조언을 주던 B씨는 약 한 달 뒤 “자신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그 해답을 ‘종교’에서 찾았다”며 함께 성경 공부를 할 것을 권유했다. 김씨는 “일정이 안 맞아 정중히 거절했는데 계속 성경 공부를 하자며 연락이 오는 걸 보면 진짜 목적은 포교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은 포교하기 좋은 대상이다. 한번 포섭하면 장기간 활동하는 데다 각종 홍보활동 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을 선호한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사이비 종교는 가장 힘든 부분이나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잘 파고든다”면서 “이유 없이 호의를 베풀거나 성경 공부를 하자고 꼬드기는 이들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