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부채 증가 속도 ‘세계 2위’

입력 2017-09-25 05:03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세계적으로도 빠른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규제를 풀었던 탓에 소득 대비 가계 빚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다음 달 중순쯤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24일 국제결제은행(BIS)이 펴낸 분기 보고서의 세계 가계부채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 동기(88.4%)보다 4.6% 포인트 오른 93.0%였다. 가계부채가 전체 경제규모와 비슷한 수준까지 덩치를 키운 것이다.

규모보다 무서운 건 속도다. 한국은 BIS가 조사한 43개국 가운데 중국(5.5% 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폭은 2013년 1.5% 포인트에서 2014년 1.9% 포인트, 2015년 3.9% 포인트, 지난해 4.7% 포인트 등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상승폭 순위는 2013년 12위에서 올해 1분기 2위로 껑충 뛰었다.

소득 대비 가계 빚 부담도 빠르게 커졌다. 올해 1분기 한국의 가계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2.5%다. 1년 전(11.8%)보다 0.7% 포인트 올랐다. 1999년 1분기 통계를 내기 시작한 뒤로 가장 큰 상승폭이다. DSR은 소득 대비 부채원리금 상환부담을 보여준다. DSR이 높으면 소득에 비해 미래 빚 상환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랐다는 뜻이다.

특히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이뤄진 2014년 이후 상승흐름을 탔다. 1999년 연평균 8.8%였던 DSR은 2011년 12.2%로 고점을 찍은 뒤 2012년 12.0%, 2013년 11.7%, 2014년 11.2% 등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5년 11.4%로 반등했고 지난해 12.1%로 뛰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DSR 오름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BIS가 조사한 17개국의 DSR 가운데 8개국이 올랐다. 이 중 한국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노르웨이(0.3% 포인트), 호주·핀란드·스웨덴(0.2% 포인트) 등의 상승폭은 미미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중순쯤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이 핵심이다. 빚을 이용한 부동산 투자를 어렵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쏠린 자금흐름을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이나 혁신 중소기업으로 돌리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등에 규제를 강화해 ‘쉬운 가계대출’을 막는 한편 금융스타트업에는 금융규제가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금융혁신특별법 제정에 나설 방침이다. 부동산 정책과 금융규제를 함께 사용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