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넛크래커’ 재확인… 韓·美동맹은 견고한 신뢰 구축

입력 2017-09-25 05:00

북핵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해 제72차 유엔총회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 ‘넛크래커’(양측 사이에 끼여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 현실을 재확인하고 돌아왔다. 미국과 북한은 유엔총회에서도 상대의 파멸을 공언하며 위협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강조하며 군사행동을 막기 위한 중재자 역할에 그쳤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개막한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 토의에선 북·미 간 살벌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완전한 파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발언까지 인용하며 한반도 평화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의미가 퇴색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유례없는 위협을 한 탓이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도 유엔총회에서 대미 공격 위협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으로선 다시 한 번 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과는 있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 탐색전을 벗어나 깊은 신뢰감을 형성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특히 집권 초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던 한·미동맹은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확고한 신뢰감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미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압박을 뒤로 미룬 채 문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아주 좋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에 호감을 가진 ‘팬클럽’도 생겼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한·미 관계가 호전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본의 입지는 다소 줄어든 형국이다. 일본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경계감을 표출해 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 이간질을 시키는 보도들이 일본 언론에 잇달아 나오자 청와대도 불쾌감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

이번 한·미·일 오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에 화를 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통화하고 일본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일본 언론이 정부 소식통을 이용해 회담 내용을 왜곡 보도하는 것은 매우 심각하고 유감스럽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측도 “그것이야말로 한·미·일 3국 공조에 균열을 야기하는 것이며, 북한이 희망하는 것”이라며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 일본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사학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북핵 문제로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