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역대급 수소폭탄 실험을 태평양상에서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이후 미국 언론들은 그 가능성과 파장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태평양에 있는 미 하와이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가장 먼저 관심은 북한이 태평양에서 핵실험을 할 능력이 있는지와 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진행하느냐는 것이다. CNN방송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이 6차례의 핵실험과 일련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태평양상의 핵실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미군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태평양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항공기에서 핵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북한의 경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미 MIT대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주체새(Juche Bird)’ 실험”이라고 말했다. 1962년 미군이 잠수함 전용 핵미사일인 폴라리스 A-2를 태평양 바다 밑에서 발사한 ‘군함새(Frigate Bird)’ 작전을 본뜬 것으로 북한의 ‘주체사상’ 이름을 붙인 것이다.
북한이 태평양상에서 수소폭탄을 실험하면 인명피해는 물론 환경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계획과는 달리 대기권 상층부가 아닌 하층부에서 핵탄두가 폭발한다면 방사능 노출 등 더욱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이 외무상은 “수소폭탄 실험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나랑 교수는 “북한은 최악이 될 수 있는 (수소폭탄) 실험을 앞두고 대화를 위한 공간이 아직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며 “당장 수소폭탄 실험을 하기보다는 또 한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가 낮은 행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국장은 “북한은 위협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경향이 있다”며 “북한의 주장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수소폭탄 실험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와이 주 당국이 가능한 핵 공격에 대비해 주민들을 교육하고 준비하게 하도록 작업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쓰나미에 대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라’고 알려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 워드 하와이 주의원은 “지금은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며 “이건 기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와이는 평양에서 약 7200㎞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 위치해 있어 북한 미사일이 직접 도달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지만 태평양상에서 핵 실험이 이뤄질 경우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ICBM 미니트맨을 담당했던 군 장교 출신의 브루스 블레어 프린스턴대 연구원을 인용, 미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핵 보복 절차를 소개하는 기사도 실었다. WSJ는 미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경보발령(3분)에서부터 대통령 보고(30초∼1분), 발사 명령 및 명령 확인(12분), 잠금장치 해제(2분), 발사 및 타격(30분)을 비롯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최종 핵 보복타격이 이뤄지는 시간은 45∼60분이 걸린다고 보도했다.
글=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北, 잠수함서 핵미사일 쏘는 ‘주체 새’ 실험하나
입력 2017-09-2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