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김정은 잠 못 드는 이유는? ‘金 은신’ 지하벙커 불시에 초토화

입력 2017-09-24 18:06 수정 2017-09-24 23:43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3일(현지시간) 태평양상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B-1B는 이날 밤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영공과 가까운 공해상까지 비행했다. 이번 작전은 미국 단독으로 이뤄졌다. 작은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미 국방부 제공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3일 밤 북한 영공에 바짝 다가갔다. 미 폭격기가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측 영공과 가장 가까운 공해상으로 진입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야간 비행을 미국이 먼저 공개한 것도 처음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를 언제 어디서든 제거할 수 있는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 작전은 한·미 연합훈련이 아닌 미 태평양사령부 단독으로 이뤄졌다.

미 국방부는 B-1B 랜서 여러 대가 F-15C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B-1B는 2대, F-15C는 5∼6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이번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가장 북쪽으로 멀리 날아간 비행”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DMZ는 NLL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B-1B 비행 시점은 심야 시간대다. 괌 앤더슨 기지를 떠난 B-1B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미군기지에서 출격한 미군 F-15C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했다. 이어 북한 영공에 인접한 NLL 북쪽 공해상을 3시간가량 비행했다. ‘죽음의 백조’의 야간 무력시위는 김 위원장이 잠든 시점에도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B-1B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B-1B의 가공할 파괴력 때문이다. 최대 무장 탑재량은 기체 내부 34t, 외부 27t 등 총 61t이다. B-1B 3∼4대가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면 평양 도심은 쑥대밭으로 변할 수 있다.

김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지하벙커 깊숙이 숨어도 벙커버스터 GBU-31로 공격이 가능하다. B-1B는 GBU-31 24발, MK-84 폭탄 24발, MK-82 폭탄 84발을 장착하고 있다. 핵폭탄을 장착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인 B-52, B-2 스피릿보다 많은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최대 비행속도 역시 마하 1.2로 전략폭격기 중 가장 빠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2시간 만에 평양 상공에 도착할 수 있다. 대북 선제타격의 핵심 전력인 셈이다.

화이트 대변인은 “B-1B의 비행은 북한이 그동안 해온 무모한 행동을 미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위협도 무찌를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결의와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군 단독 주도 작전에 대해 “한·미 간에는 전략자산 운용에 대해 긴밀한 협의와 공조를 하고 있다”며 “다만 B-1B가 우리 영해가 아닌 공해를 지나가는 것이어서 연합자산 운용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