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을 계기로 협치 복원을 뒷받침할 시스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정적 국정 운영의 필요충분조건인 의석 과반수 확보를 위해선 국민의당 ‘40석’이 간절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중심 상설협의체 구성, 낮은 단계의 연정 모색 등 지속 가능한 ‘논의 틀’ 모색이 당면과제로 지목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국민의당과 소통 폭을 넓혀갈 다양한 방식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도 “이번 표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높여나가고, 법안·예산 등 여러 전략적 목표와 관련해 다각도로 협의 테이블을 만들자는 얘기는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 지도부는 공통법안 통과로 신뢰를 쌓고, 함께 성과를 도출해 자연스럽게 정책 연대의 기반을 모색하는 ‘점진적 방법론’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다. 사안별 읍소 전략의 한계를 체감한 만큼 공식 협의체를 꾸려 효과적 협상을 견인해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확산 중이다.
국민의당은 이 같은 논의 본격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당 대표와 원내지도부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3+3) 구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아직 민주당으로부터 협의체 구성에 대한 공식 제안이 오지는 않았다”며 “진작 여당에서 그런 말이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인준을 앞두고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 “언제까지 사안마다 협조를 구할 것인가”라며 협치 시스템 마련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선거구제 개편, 개헌 등 정치제도 개혁을 공통분모로 협상 밀도를 높여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들 사안은 양당 간 협의만으로는 풀리기 어렵다. 일단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전될 전망이다.
가시화된 연결고리만으론 결정적 순간 국민의당의 전폭적 협조를 담보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국민의당을 참여시키는 포괄적 당정협의나, 남아있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헌법재판소장 등 주요 인선 추천권을 제안하는 ‘제한적 연정’ 등이 거론되는 이유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협치를 위한 좋은 신호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주요 현안을 효율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소통 체계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연정은 고려 대상에 없다”면서도 “당정 협의에 국민의당이 들어온다는 건 사실상 연정과 동의어나 마찬가지”라며 여지를 남겼다. 현행 국무총리 훈령은 고위당정협의 대상을 ‘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그밖에 대표가 지명하는 당직자’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여당과 정책공조를 합의한 정당은 여당으로 본다’고 한 예외조항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열려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예산안 심사를 결정적 ‘분기점’으로 지목한다.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더라도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국민의당 협조는 필수적이다.
글=정건희 김경택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협치시스템 만들기… 민주당-국민의당 밀당 시작
입력 2017-09-24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