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번엔 물병 공포… 런던서 산성액 투척 사건

입력 2017-09-24 18:21
영국에서 또다시 ‘산성 물질 공격’ 사건이 발생했다. 무기 소지를 엄격하게 통제하다보니 무기 대용품으로 산(酸)을 구해서 갖고 다니다 뿌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영국 런던 동부 스트래트퍼드의 한 쇼핑센터 근처에서 23일(현지시간) 남성 무리가 독성 물질을 던져 6명이 다쳤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런던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인 줄 알았는데 조사를 해보니 2개의 남자들 무리 사이의 사건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남자들 무리끼리 언쟁이 붙었다가 한쪽에서 산성 물질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공격 용의자로 의심되는 15세 소년 1명을 체포했다.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남성 6명을 응급 치료했고, 이 중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근처 햄버거 가게 매니저는 “피해자 중 한명이 매장으로 뛰어 들어와 산이 묻은 얼굴을 씻었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산 공격이 빈발하고 있다. 10대들이 스쿠터 운전자 얼굴에 표백제 등 산성 물질이 든 병을 끼얹고 스쿠터를 훔쳐 달아나는 식이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선 물병을 들고 있는 사람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 런던 시민은 “누군가 물병을 들고 따라오면 혹시라도 내 얼굴에 산을 끼얹을까봐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런던의 법원 건물 경비원들은 이달부터 물병을 들고 오는 방문객에게 병 속 액체를 마시도록 요구하고 있다.

산 공격이 급증한 것은 영국 정부가 무기 소지에 엄격하게 대응하면서 풍선 효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10대도 산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산성 물질 판매에 새로운 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산 공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7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생샤를 기차역에서 40대 여성이 20대 미국인 여성 관광객 4명에게 산성 물질을 던져 2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검거된 용의자는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