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만 재무설계? 일반 직장인도 서비스 받는다

입력 2017-09-25 05:00

직장인 배모(25·여)씨는 최근 한 생명보험사의 재무설계사에게 자산관리 관련 상담을 받았다. 60세에 정년퇴직하고 90세까지 산다는 가정 아래 식비만 계산했는데도 노후 생활비가 억대 수준으로 나왔다. 배씨는 24일 “비교적 이른 나이에 취직해 돈을 벌고 있어서 노후 걱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산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봉 4000만원을 받는 방성택(30)씨는 2년 전부터 보험사 재무설계사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단기와 장기로 나눠 마련할 자금의 목표를 정하면 재무설계사가 지출안을 설계해준다. 월급에서 보험료나 저축액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면 좋을지 조언해주는 식이다. 방씨는 “적은 월급이라도 전략적으로 모아야 결혼자금이나 노후자금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며 “이자소득세 등 경제 상식을 알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 재무설계(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과거 자산가 위주로 이뤄지던 것이 최근 연봉 3000만∼4000만원을 받는 일반 직장인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고액 자산을 다루는 은행·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센터 대신 재무관리를 함께 해주는 보험설계사 등을 찾는다.

금융회사도 늘어나는 수요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계약금으로 수억원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었던 주식투자 일임 서비스의 문턱을 낮춘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모바일 투자 일임 서비스 ‘카카오 맵(MAP)’의 경우 500만원부터 투자를 맡길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일임하려면 50만원만 있으면 된다. 이 서비스는 누적 수탁액이 지난해 말보다 4.1배 증가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1000만원보다 적은 돈을 맡겼다. 5000만원이 넘는 돈을 맡긴 고객은 8.23%에 불과하다. 가입자 연령은 30대(41.36%)가 가장 많다.

ING생명은 젊은 고객 공략을 위해 재무·보험설계사 연령을 낮췄다. ING생명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청장년층은 적금만으로 자산을 꾸리던 기성세대와 다르게 주식, 연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관심을 갖는다”며 “젊은 고객과의 소통 전략이 최근 1∼2년간 젊은 설계사를 뽑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무설계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때 과대 홍보, 상품 판매 위주 상담은 주의해야 한다. ‘상담을 받으면 쉽게 자산을 늘릴 수 있다’는 식의 홍보는 위험하다. 자산관리 관련 자격증 없이 상담에 나서는 재무설계사 등도 있다. 한 보험대리점에서 재무·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조모(29)씨는 “대부분 보험설계사는 자문수수료가 아닌 보험상품 판매수수료를 받는다”며 “상품 판매 위주로 자산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삽화=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