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누가 받을까.
미술계 ‘장원급제’격인 ‘올해의 작가상 2017’ 후보의 경연장이 공개됐다. 써니 킴(48) 박경근(39) 백현진(45) 송상희(47) 등 4명이 지난 2월 후보로 선정된 이후 6개월여 준비한 신작 전시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역대 수상자들이 국제무대에서 단박에 스타로 부상하면서 갈수록 최종 승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2년 수상자 문경원·전준호 팀이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직행한 것이 그런 예다.
써니 킴은 ‘어둠에 뛰어들기’라는 주제로 불안정한 기억의 이미지를 회화 형식으로 구성했다. 작품마다 소녀들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그러면서 어떤 느낌이 있는 풍경”(작가의 말) 속에 등장한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간 개인사가 녹아 있다.
백현진은 베니어합판으로 시옷(ㅅ)자 지붕의 함바집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휴게실’이라는 네온 글씨가 낯설게 빛나는 이 공간에는 노숙자의 거처 같은 스티로폼 자리도 있고, 노조 사무실 같은 테이블도 있다. 벽에는 추상회화도 걸려 있다.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방을 경험하라”고 말한다.
군대 문화를 비판하는 영상으로 삼성미술관 리움의 제2회 아트스펙트럼상(2016)을 받았던 박경근은 이번에도 군대 문화를 소재로 하면서 설치미술 ‘몸통 없는 내장’을 내놓았다. 어두운 공간에 ‘받들어 총’ ‘세워총’ 하는 로봇 군상이 도열해 있다. 거대한 14m 높이 벽면에는 그림자가 추상화처럼 비치며 공포감을 자아낸다. ‘기계 인간’을 통해 시스템 안에서 집단화하고 소외되는 삶을 반추하게 한다.
송상희는 지난해 작가 2명이 사용했던 공간을 이번에 독차지했다. 그럼에도 그 넓고 휑한 공간을 한 벽면에 ‘3채널 영상’, 맞은편에 ‘타일 벽화’ 등 단 2점으로 채웠다. 절제의 미학이 돋보이는 전시 구성이다.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노근리 사건, 민청학련 사건 같은 한국사뿐 아니라 외국의 비극적 역사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이 역사의 피부 같은 단면 위에 ‘우리 아기 무덤 위로 빛이 나요’ 같은 아기장수 설화에서 빌려 쓴 문장들이 흐르며 제의적 기능을 수행한다. 최종 승자는 12월 5일 발표된다. 전시는 내년 2월 18일까지.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미술계 등용문 ‘올해의 작가상’ 경연장 오픈
입력 2017-09-2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