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강준영] 깊어만 가는 중국의 고민

입력 2017-09-24 17:58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살 공격을 시작한 로켓맨 김정은 정권에 대한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자 북한도 맹비난하면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을 통해 ‘힘에는 힘으로’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략 자산을 동원한 무력시위로 압박하고 있지만 ‘핵 무력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북한은 마이웨이 일변도다.

여기서 중국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북한이 여전히 ‘전략적 자산’이라는 인식하에 미국 주도의 일방적 대북 제재에 반대하지만, ‘중국의 말조차 듣지 않는 북한’ 다루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수차에 걸친 대북 제재 결의안 이행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미국은 중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 동참을 강조하면서 양국 통상 문제와 연계한 이중 압박을 하고 있다.

미국이 내놓은 최고 수준의 제재를 따르자니 북·중 관계 파열이 부담된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 간 문제인 북핵’ 해결이 중국의 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북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정권을 수호하려는 북한의 자위적 조치라는 북한 입장에 동조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 북핵 동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쌍중단(雙中斷)과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쌍궤병행(雙軌竝行)론을 계속 제시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 2375호 결의안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카드를 좌절시켰다. 그러나 미국 책임론을 강조하다가 한반도 비핵화가 무망한 상황으로 가고 있고,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중국도 이제 결단의 시기를 맞고 있다. 국제사회도 대북 제재 결의안에 호응하면서 북한의 무모함을 응징하기 시작했다. 독일, 멕시코, 쿠웨이트, 스페인 등은 자국 주재 북한 대사나 외교관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유럽연합(EU)도 유럽 역시 북핵과 미사일의 영향권에 있다면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상황이다.

이제 중국의 차례다. 중국이 그동안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실효적 조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향후 북핵 문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 핵을 가진 북한의 존재를 용인하고 그 위협을 감수하면서 공존을 도모하느냐, 아니면 전혀 다른 접근으로 북핵을 저지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중국은 2375호 결의안에 따라 10월 1일부터 북한산 섬유 수입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결의안의 철저한 이행을 천명하고 있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북한과의 신규거래를 중단하도록 일선 은행에 통보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일관되게 특정 국가에 의한 대북 독자 제재를 강력 반대해 왔던 중국이 미국의 독자 제재에 사실상 동참한 것으로 매우 획기적이다.

양자 민간 관계 차원에서도 미묘한 정책 변화가 발견된다.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중국 대학이 북한의 잠재적 군사전문인력 양성 제한 차원에서 물리학·재료과학이나 정밀과학 등 분야에서 북한 유학생을 제한하기 시작했으며, 북한 식당에 대한 위생 검사를 강화하는 등 민간 분야의 압박에도 나섰다. 북한은 중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제재는 필요하나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다는 이상한 논리를 편다고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또 중국 언론이 북·중 관계를 이간질시킨다며 강력한 불만을 토로하는 등 양국 관계가 심상치 않다.

스스로 원해서든 미국 때문이든 중국의 대북 압박은 일단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학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에 대한 전략 ‘자산론’과 ‘부담론’에 대한 논쟁도 심심찮게 출현하고 있다. 모처럼 대북 제재에 나선 중국과의 적절한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준영(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