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전계헌 목사)이 지난 22일 전북 익산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제102회 총회에서 보고된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의 교류 단절’ 제안에 대해 신학적으로 좀 더 검토키로 결정했다.
총회WEA대책위(위원장 나학수 목사)는 “WEA는 복음전도와 선교라는 명목으로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비롯해 다양한 교파, 심지어 가톨릭과의 대화 및 연대를 추구하며 기독교의 참된 진리를 변질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WEA가 외형적으론 복음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그들이 걸어 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종교 다원주의와 혼합주의를 허용하고 있어 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위원장 나학수 목사의 보고 후 WEA에 대한 교회와 성도 계도를 위한 신학학습대회, 공청회, 책자발간을 진행하는 청원의 동의·재청 등이 진행되면서 반대 주장이 제기됐다. 박성규(부산 부전교회) 목사는 “교단의 정체성과 개혁신학을 보수하려는 대책위 노력에 동의한다”면서도 “좀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WEA는 진화론과 마르크스 공산주의로부터 교회를 지키는 연합으로 시작됐다”며 “오늘날에 이르면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해 대책위가 연구를 시작했지만 총신대 신학자들은 대책위 주장과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책위의 보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신학적 검토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결의하는 우를 범할 수 있고 칼뱅주의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의 말처럼 ‘개혁신학은 전체 세계를 하나님의 통치 아래 두고 우리가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자칫 예장합동 교단이 고립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총대들은 WEA 관련 안을 총회 신학부에 넘겨 충분히 검토한 후 다시 보고받기로 결의했다.
그동안 WEA와의 교류 단절 주장이 신근본주의라며 우려하던 교계 인사들은 합동 총회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 회장 박용규(총신대) 교수는 “합동 총회가 성숙하고 지혜로운 결정을 내렸다”며 “신학부에서 향후 논의를 거쳐 보수적인 개혁주의 신학을 지키는 동시에 한국교회 안에서 고립되지 않고 연합운동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익산=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예장합동 ‘WEA와 교류 단절’ 헌의안 부결
입력 2017-09-2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