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경기장에 여성 입장 첫 허용

입력 2017-09-22 18:59
여성 인권 후진국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권 신장과 관련해 전향적인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현지 국영 영자매체 아랍뉴스는 21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가 리야드의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건국의 날’(23일) 행사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입장을 허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여성이 건국절 행사에 참석하려면 반드시 가족과 동행해야 하고 행사장에서도 남녀 구역이 분리되지만 여성에게 국가 행사 참석의 문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변화라는 반응이 나온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선 여성이 남성 보호자 없이 혼자 외출할 수 없고 여성 참정권도 건국 83년 만인 2015년에야 비로소 인정됐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나라로, 지난달엔 한 여성이 남성 복장으로 운전한 사실이 드러나 체포됐다.

이렇듯 사회 전체가 온통 ‘금녀의 영역’이던 사우디에서 최근 들어 여성의 대외활동이나 사회 진출에 대한 제한이 계속 풀리고 있다. 사우디 국가상황실은 지난달 신고 호출 부서에 여성 부문을 신설하고 여성 직원 7명을 처음으로 고용했다. 항공관제와 정보통신기술(IT) 등 분야에서도 여성의 진입이 허용됐다.

사우디 법무부가 최근 이혼 여성과 여성 법대생, 17세 미만 여성 청소년 등을 보호하는 법안을 잇달아 승인하는 등 여성을 옥죄던 법률도 새롭게 정비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현지에선 ‘비전 2030’ 계획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전 2030’은 왕위 계승을 앞둔 31세의 젊은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이 추진하는 국가개혁 방안으로 여성의 사회활동과 교육기회 확대를 중점 과제로 포함시켰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