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차기 대법원장이 6년간 이끌게 된 ‘김명수 코트(court)’는 사법지형의 대대적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임기 만료를 4개월가량 앞둔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을 비롯해 내년에만 6명의 대법관이 바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11명 중 10명이 교체된다. 민감한 사건을 다루는 전원합의체 판결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차기 대법원장은 우선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김·박 대법관의 후임자를 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13명에 대한 제청은 물론 헌법재판관 3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 3명, 국가인권위원 3명, 부패방지위원 3명도 지명·추천할 수 있다.
내년 8월에는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이, 11월에는 김소영 대법관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모두 이명박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들이다. 2020∼2021년에는 박근혜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한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이 차례로 퇴임한다. 김재형 대법관만 제외하고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들이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까지 모두 교체되는 셈이다. 이 중 일부는 퇴임 이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을 심리하게 된다.
대법관 교체와 함께 ‘대법관 다양화’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대법관들은 ‘서울대 법대 출신의 50대 남성 고위 법관’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김명수 코트에서는 대법관의 출신 대학이 다양화되고 여성과 40대, 학계와 변호사 출신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보수야당의 우려대로 대법관이 진보성향 일색으로 채워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법원이 이념적으로 치우쳐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판결의 권위가 무너지고 사회적 저항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차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낸 서면답변서에서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형식적으로 학력 경력 성별 등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이나 철학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1일 “대법관 등 임명권 행사에 있어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각 있는 인물을 등용하며 소수자 배려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법지형 대대적 재편 예고… ‘대법관 다양화’ 전망
입력 2017-09-22 1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