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은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21일 표결에서 국민의당 소속 의원 40명 중 25명 안팎이 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1여3야 다당 체제인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사실상 가부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 출석 의원 298명 중 찬성은 160표였다. 야당에서 최소 30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중 25표 안팎이 국민의당 표로 추정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당 내부적으로는 25∼26명이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본다”며 “반대하던 의원 일부가 막판에 찬성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절반 이상이 찬성으로 기울지 않았다면 가결 정족수인 찬성 150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향후 정기국회 과정에서도 국민의당 ‘몸값’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주요 쟁점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캐스팅보터 존재감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사안별로 찬성과 반대 입장을 취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의당이 버틸수록 여당의 ‘국민의당 구애 작전’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보수야당 역시 국민의당과의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입법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개혁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안철수 대표는 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문재인정부 인사 난맥상과 사법부 독립성 문제를 이슈화하며 야당 정체성을 드러냈다. 앞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도 안 대표 의중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안 대표는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 후 “국민의당 의원들의 결단으로 대법원장이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김이수 후보자 부결 직후에도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대표는 국회 표결 전 의총에서 “‘독립적인 사법부를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지’라는 한 가지 높은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기를 바란다”고만 말했다. 당내 찬성 기류를 거스르지는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당은 인사 표결에서는 자유투표한다는 원칙을 이번에도 고수했다. 당 내부적으로는 부결 뒤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태였다. 더욱이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호남 민심이 싸늘해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호남 일부 중진 의원은 “막판까지 당 지도부가 가부를 결정 못하고 고민하다보니 민주당 또는 자유한국당 2중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선제적으로 입장을 정해야 당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야당 일부 의원이 반란표를 던졌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 25명 안팎의 찬성에다 일부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의 찬성표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당 협조뿐 아니라 보수야당에서 일부 찬성표가 나왔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 측은 “국민의당이 찬성표로 쏠린 것”이라며 이탈 표 가능성을 부인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내부적으로 표 단속을 강화했다. 지난 7월 22일 추가경정예산안 표결 때 민주당 소속 26명이 불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를 또 반복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고조돼 있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몸값 오른 安 “국민의당 결단으로 대법원장 탄생”
입력 2017-09-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