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역사 ‘공씨책방’ 쫓겨난다… 건물주와의 명도소송서 패소

입력 2017-09-22 05:00

45년 역사의 공씨책방(사진)이 서울 신촌의 현재 자리에서 쫓겨나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 황보승혁 판사는 21일 공씨책방을 상대로 ‘건물을 비워 달라’며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공씨책방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며 “1층을 건물주에게 인도하고 연체된 임대료 등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며 “새 장소로 이사하기에 40여일이 짧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씨책방의 문화적 가치는 특정 장소, 건물과 결부돼 있기보단 책방이 보유하는 서적과 운영자의 해박한 지식, 오랜 시간 누적된 단골들의 인정”이라며 “장소가 이전돼도 그 본질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씨책방은 1970년대 서울 동대문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 몇 차례 이사를 거쳐 1995년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았다. 지난해 건물을 사들인 새 건물주가 2.3배 높은 임대료를 요구해 갈등을 빚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자 건물주는 1층 공간을 직접 사용하겠다며 명도소송을 냈다. 공씨책방은 2013년 서울시의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미래세대에 남겨주기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인데도 건물을 비워줘야 할 처지가 됐다. 공씨책방 장화민 대표는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