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광장에 여의도공원이 생겼다. 아스팔트로 뒤덮였던 공간이 녹지로 변하자 여의도 직장인들의 삶의 질이 달라졌다. 직장인들에게 휴식을 선사해온 여의도공원도 어느덧 18년 세월을 겪었다. 90년대식 공원 디자인은 어딘가 촌스런 느낌이 나고, 공원 시설들도 노후화됐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고 수준의 정원축제인 ‘서울정원박람회’가 22일부터 26일까지 여의도공원에서 처음 열린다. 축제 기간 여의도공원 안에는 정원 디자이너들이 만든 예술정원 12곳, 아마추어 시민들이 꾸민 ‘포미터(4m) 가든’ 20곳 등 총 80개의 정원이 곳곳에 배치된다.
정원박람회가 끝나도 예술정원 12곳은 여의도공원에 그대로 남는다. 정원박람회가 여의도공원에 새 옷을 입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박람회 조직위원장인 이상석 시립대학교 교수는 “공원에 정원을 조성하는 건 ‘공원 재생’ 작업의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예술정원은 서울정원박람회의 하이라이트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를 새긴 ‘훈맹정원’, 한국 전통정원을 재해석한 ‘유 앤 미 앤 에브리원’ 등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많다. 특히 윤호준 작가의 ‘아빠와 나’는 장소적 특징을 잘 반영했다. 닳아빠진 지문을 형상화해 만든 나선형 정원 곳곳에는 ‘밥은 먹고 다니니’ ‘엄마한테 물어봐’ 등의 문구를 새겼다. 윤 작가는 “여의도공원은 직장인들이 일터로 향하는 길목이다”라며 “힘든 아버지에게 전화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람회의 주 무대가 되는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비행장인 경성비행장을 테마로 길이 250m, 폭 10m의 활주로 모양 잔디밭이 깔린다. 활주로 한 가운데는 여의도를 형상화한 지름 20m의 수생식물정원 ‘여의지’가 조성된다.
지난해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서울정원박람회에는 90만명이 방문했다. 올해도 ‘정원에 차린 식탁’ ‘가족 화분 만들기’ ‘해설이 있는 정원투어’ ‘가을밤의 정원 음악회’ ‘가든시네마’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준비됐고, 정원 산업 신제품을 소개하는 ‘정원산업전’도 열린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서울정원박람회 22일 개막… 여의도공원 새 옷 입는다
입력 2017-09-21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