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논란이 된 재건축 단지 조합원에 대한 건설사의 과도한 이사비 제안을 ‘위법’으로 판단해 시정을 지시했다. 건설사들은 정부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이사비를 위법으로 판단한 기준이 애매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건설사가 과도한 이사비를 지급하기로 제시한 것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시정을 지시했다고 21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회통념상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의 목적이 아니라 ‘시공자 선정’이 목적”이라며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법률자문 결과를 설명했다.
도시정비법 제11조 제5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
현대건설의 경우 최근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수주전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이사비 7000만원 지원을 약속하면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서울시는 관할 구청에 과도한 이사비에 대해 사실 확인을 거쳐 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한 범위 내에서만 이사비 등을 제시하도록 했다. 건설사가 제시한 무상지원 조건이 추후 공사비 증액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조합원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조합이 회계감사를 하는 등 관련 제도도 개정키로 했다. 부산 등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다른 지역도 이 같은 법률검토 결과를 적극 알리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시정 지시를 수용하고 조합 측과 협의해 수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이사비 7000만원 제안은 서울시 표준공동사업시행협약서 등 근거 규정에 따라 제시한 것”이라며 “기업의 이윤을 조합원에게 공정히 돌려주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현대건설은 이를 담보하기 위해 이행보증증권 등도 조합에 제출할 예정이다. 애초 이사비 명목으로 잡은 1600억원 예산을 다른 조건으로 조합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후폭풍도 우려된다. 우선 27일로 예정된 최종 시공사 선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의 집단 반발도 예상된다. 건설업계에선 시장 개입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자유로운 사업 구상에 정부가 직접 나서는 모습은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박세환 기자
“이사비 명목 7000만원 지원은 법 위반”
입력 2017-09-21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