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미래포럼] “기존 시스템 곧 붕괴… 융합으로 대응하라”

입력 2017-09-21 17:45 수정 2017-09-21 21:52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2017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김종환 한국과학기술대학(KAIST) 교수,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윤원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정보통상협력본부장, 이종석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장, 이영섭 동국대 통계학과 교수. 서영희 기자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새로운 산업생태계는 개인과 사물을 망라해 전 세계를 연결하는 기술에 바탕을 둘 것입니다. 이에 적응하려면 우리도 융합문화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21일 국민미래포럼에서 제1발제자로 나선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전 산업, 전 사회에 영향을 미쳐 기존 시스템을 붕괴할 것”이라며 “융합문화를 활성화하고 경제사회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산업 대전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4차 산업혁명은 1·2·3차 산업혁명에 비해 속도가 매우 빠르고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엄청나다”면서 “산업 측면에서도 기존 사업의 영역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영역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서 과학기술 혁신은 ‘지능화’ 단계로 넘어간다. 1·2차 산업혁명이 사람의 손과 발의 수고를 덜어줬고 3차 혁명이 정보지식의 유통을 원활하게 했다면 4차 혁명은 기술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혁신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생산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이는 우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선진국은 저렴한 임금을 찾아 해외에 공장을 두지 않아도 돼 자국으로 생산 공정을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 원장은 “우리처럼 제조 공정이 비효율적인 나라는 힘든 경쟁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특징은 ‘융합’이다. ‘생산과 소비의 융합’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이 일어난다. 유 원장은 “생산과 소비이 결합으로 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프로슈머’와 모바일로 이익을 꼼꼼히 챙기는 ‘스마트슈머’ 등 새로운 소비자가 탄생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이런 소비자에 부응하는 맞춤형 생산체계를 갖추는 숙제를 안게 된다.

제조와 서비스의 결합은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최근 서비스 업체로 전환했다. 엔진 등 제품을 생산·판매할 뿐 아니라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건설기계 제작사인 일본의 고마쓰는 제조와 서비스를 합친 새로운 사업모델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유 원장은 새롭게 바뀔 산업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융합문화 활성화’를 제시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성’을 심화시키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며 “융합을 원활히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필요한 것은 ‘사회적 대타협 체제’의 구축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산업이 기존 산업과 충돌하면 일자리 축소, 빈부격차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유 원장은 “이해당사자 사이에 타협과 조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른 주요국에 비해 4차 산업혁명 대처가 한 발 늦은 우리로서는 중소벤처기업이 빨리 기술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게 시급하다. 유능한 인재가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유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자율주행차 등에서부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경제·산업·사회 시스템을 이에 맞게 새로 구축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및 종합토론에서 김종환 카이스트 공대 학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융합을 이끌려면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해외에 교육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글로벌 카이스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를 맡은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마침 오늘 국민일보 1면과 8면에 학교 SW 교육 이슈를 다룬 ‘4차 산업혁명, 사람이 답이다’라는 기획기사가 실렸는데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글=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