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일째 1위인데… 가시방석 앉은 KIA

입력 2017-09-22 05:00 수정 2017-09-22 09:04
KIA 타이거즈 2루수 서동욱(오른쪽)이 지난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프로야구 홈 경기에서 수비도중 공을 놓치고 있다. KIA는 21일까지 역대 최장기간 연속 정규시즌 1위(163일)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투타 부진과 코칭스태프의 선수단 운용 실패 등이 겹치며 선두 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해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역대 최장기간 연속 1위를 한 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놓치는 일이 벌어질까.

지난 4월 12일부터 2017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 1위에 오른 KIA 타이거즈는 21일 현재까지 163일간 선두를 지켜오고 있다. 올 시즌은 3월 31일 개막한 이후 175일째 진행 중이다. 175일 중 163일을 선두로 지켜온 KIA는 역대 최장기간 연속 정규시즌 1위 팀이다. 22일 경기를 치를 2위 두산 베어스간 격차가 1.5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164일간 1위는 보장된다.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171일, 2008년 SK가 169일간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두 팀 모두 20일이 넘는 올림픽으로 리그 중단된 기간이 포함돼 순수한 의미의 연속 1위로 볼 수 없다.

2010년대 이후 100일 이상 연속으로 정규시즌 1위를 지킨 팀들은 모두 통합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장기간의 1위는 사실상 강팀의 보증수표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지휘 하에 2010년 162일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SK 와이번스는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삼성 왕조’ 시절 삼성 라이온즈도 2014년 155일간 1위 자리를 유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모두 우승을 거두며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 두산도 탄탄한 선발진인 ‘판타스틱4’를 앞세워 115일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다. 최종 결과도 통합우승으로 이어졌다.

KIA는 시즌 중반인 6월 25∼28일 NC 다이노스와 사흘간 1위 자리를 동거했을 뿐 금세 앞서나갔고 이후 선두에서 내려온 적은 없었다. 전반기까지 57승 28패(승률 0.671)의 성적으로 압도적 1위를 질주하던 KIA는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투타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날까지 24승 25패 1무로 5할 승률이 되지 않는다. KIA의 아킬레스건은 불펜진이다. 필승조인 김윤동 김세현 임창용 등도 무너지며 9월 KIA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6.34에 달한다.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두산 불펜진이 3.52, 롯데 불펜진이 2.06의 성적을 이 기간에 거두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전반기 0.310의 맹타를 휘두르던 타선도 후반기 들어 0.292로 2푼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부동의 4번 타자 최형우가 8월 타율 0.389를 기록했으나 9월엔 0.241에 추락한 것이 전체 타선에 역효과를 낳고 있다. 후반기에 KIA가 흔들리고 있음에도 장기간 연속 1위를 하고 있는 것은 2위 그룹인 두산과 NC가 KIA가 패할 때 많이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행운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KIA가 22일 두산과의 일전에서 패할 경우 반게임 차로 쫓기는 입장이 돼 한국시리즈 직행도 장담할 수 없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날 “22일 경기가 KIA와 두산 중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두산이 이기면 KIA는 심리적으로 너무 쫓기는 입장이 돼 남은 정규시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KIA는 최근 타선이 기복이 있고 불펜도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위기 때마다 저력을 발휘해 1위 자리를 지켜왔다”면서 “어느 팀이건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시즌 1위 팀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시즌 내내 웃어온 KIA가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지, 아니면 최장기간 1위팀이 우승을 놓치는 프로야구 36년 역사상 희대의 사건 주인공이 될 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