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일본과 결이 다른 文 대통령의 유엔 연설

입력 2017-09-21 23:1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향해서는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회가 단합된 압박을 가하되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구상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국제사회 흐름과 결이 다소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김정은을 향한 직접 메시지를 담지 않았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을 “냉전시대 이후 최악의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지금은 대화가 아닌 강한 압박을 가할 시점이라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완전 파괴’ 발언한 것과 같은 기조다. 우리만 여전히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 미·일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날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지원 시기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추후 정하기로 했다. 원칙과 현실을 억지로 짜맞춘 고육책이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관계 없다면서 지원 시기는 남북관계를 고려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통일부가 연내 집행 가능성을 흘리는 점 또한 경솔해 보인다. 국제사회를 향해선 대북 제재 동참을 촉구하면서 우리 스스론 대북 지원을 하는 이중적 행태로 비칠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의 기류는 제재와 압박을 넘어 봉쇄다. 북한 대사 추방이 잇따르고, 교역 중단 국가도 늘고 있다. 이런데도 문재인정부는 대화와 제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옵션을 들고 나온 이상 실현 가능성은 제쳐두고 공조의 모양새는 갖춰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앞장서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 때다. 김정은을 향해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을 주저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