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외국인은 봉? … 술값 1656만원 바가지

입력 2017-09-21 18:35

미국인 관광객 L씨(41)는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A 술집을 혼자 찾았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밤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술값으로 6만원, 18만8400원, 24만원 등 3차례 48만8400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접객부가 있는 술집이어서 술값이 비쌌다.

결제를 마친 L씨는 술집에서 정신을 잃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L씨는 두 달 뒤 신용카드 결제명세서를 보곤 깜짝 놀랐다. A 술집에서 3회에 걸쳐 1656만원이 더 결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A 술집에 머문 시간은 1시간 40분밖에 안 됐다.

독일인 관광객 N씨(64)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1월 이태원동의 B 술집을 찾은 그는 술값으로 39만6000원을 결제했다. B 술집의 업주는 술자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N씨를 “더 좋은 곳이 있다”며 C 술집으로 안내했다. N씨는 C 술집에서 술을 마시자마자 정신을 잃었다. N씨가 쓰러져 있는 1시간 동안 N씨 신용카드는 5회에 걸쳐 B 술집과 C 술집에서 790만원이 결제됐다.

L씨는 미국에서 이메일로, N씨는 독일로 떠나기 전 경찰서를 찾아 이 내용을 신고했다. 경찰은 A 술집과 C 술집의 CCTV를 확인하고 업주와 종업원들이 정신을 잃은 L씨와 N씨 주머니에서 신용카드를 몰래 빼내 결제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준사기 혐의로 A 술집 업주 이모(42)씨 등 이태원 주점 3곳의 업주와 종업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N씨 모발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된 점을 토대로 이들이 피해자의 술에 약물을 탔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