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미국 금융·경제인과 간담회를 하고 “이제는 한국의 재벌 체제가 그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벌개혁 의사를 밝혔다. 또 미국 금융가의 거물들을 상대로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세일즈’를 벌였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이 경제 성장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한국의 재벌 체제로 인해 경제가 불투명,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야 높이 성장할 수 있다. 재벌개혁은 경제활동 억압이 아니라 재벌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새 정부의 경제개혁과 재벌개혁, 공정개혁이 기업을 제약하거나 반(反) 기업적 철학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재벌의 일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것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토록 해 재벌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 중심이 아닌 분배 중심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분배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바로 성장의 길이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양극화 해소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해법은 가계소득을 높여주고, 가계지출을 경감시키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해소, 최저임금 인상, 노동가치 제고 등을 제시했다.
북핵 리스크 불식에도 힘을 쏟았다. 문 대통령은 “한·미 간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한국 경제는 문제될 게 없다”면서 “북핵 리스크에 민감한 주식시장만 해도 연초 대비 19% 상승했고 핵실험 후에도 주가가 2.3% 올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튼튼한 펀더멘털과 대외 건전성을 토대로 북한의 도발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를 증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본 행사에 앞서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헨리 트래비스 KKR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 회장, 레온 블랙 아폴로 회장, 댄 퀘일 서버러스 회장 등 미국 금융계 리더 8명과 사전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UBS 등 투자은행, 스타우드 캐피털 등 자산운용사, CBS·NBC 등 언론사 고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금융·기업인을 만난 것은 몇 차례 있었지만 이처럼 최대 규모의 행사를 열어 직접 질의응답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고 진솔하게 의견을 피력해 위안이 됐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면서 “양국 간 많은 투자가 유치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뉴욕=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文 대통령 “재벌 체제 그대로 가선 안돼” 개혁 의지
입력 2017-09-21 18:40 수정 2017-09-2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