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994년 국가 미래전략 수립을 위해 ‘호라이즌 스캐닝 센터(Horizon Scanning Center)’를 설치했다. 이 센터는 빅데이터를 통해 미래에 벌어질 이슈를 살핀다. 단순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호라이즌 스캐닝이라는 과학적 기법으로 미래를 전망한다.
영국뿐만 아니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미래전략 짜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04년부터 총리 직속 국가안전조정비서관 산하에 미래전략 전담 부서인 ‘RAHS’(Risk Assessment & Horizon Scanning·위험도 분석 및 호라이즌 스캐닝)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가 기획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칸막이’에 막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국민미래포럼’에서 ‘칸막이 정부’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김 부의장은 ‘트렌드 대전환: 칸막이 없는 정부로’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미래를 분석하고 국가 위협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파악해 준비하는 일을 어느 정부 부처에서 하고 있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칸막이 없는 정부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정책·통계 등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범정부 클라우드 구축, 인사·예산 등 핵심 자원을 함께 하는 공통 행정, 협업을 중시하는 성과관리체계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덧붙이는 발언으로 “정부 전체에서도 특히 경제 분야의 칸막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트렌드 대전환-서쪽 해돋이를 찾아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관·경제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기에 국내산업과 수출시장, 금융 분야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뜻 깊은 포럼이 개최돼 기대가 크다”며 “격변하는 시대 조류에 발맞춰 새로운 발상을 통해 미래를 열어가자는 국민일보의 담대한 제안이 반갑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의 사회로 산업 대전환(유병규 산업연구원장), 수출시장 대전환(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금융 대전환(이종석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장) 등 3개 분야 발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국민미래포럼] “정부 칸막이 없애고 미래전략 협업해야”
입력 2017-09-21 17:45 수정 2017-09-21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