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20일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자로 선정된 것이다. 도시바의 합작 회사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과 대만의 홍하이그룹을 힘겹게 물리치고 이뤄낸 쾌거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전환사채 출자 시 1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낸드플래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도시바와 협업이나 기술협력 등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는 세계2위지만 낸드플래시 분야는 5위다. 이번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부문이 강화됨에 따라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기업 양강 체제로 굳어졌다.
SK하이닉스가 전한 낭보는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였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반도체 업황 악화로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시설 투자를 줄일 때 오히려 확대하고 해외 기업을 대거 인수했다. 이후에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신규 공장 건설을 계획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3조원을 돌파하고 주가가 최근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은 이런 노력 덕분이다. 여기에 도시바 인수까지 성공함으로써 최강자의 면모를 확실히 다졌다. ‘반도체 굴기’를 천명하며 바짝 쫓아오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속이 후련하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다른 기업들은 SK하이닉스가 보인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낯선 길을 마다하지 않는 투지가 있어야 괄목할만한 성장이 뒤따른다.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여건에 걸림돌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 적극 지원해야 한다. SK하이닉스의 선전이 한국기업 전반으로 확산돼 한국경제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사설] 불굴의 기업가 정신으로 도시바 인수한 SK하이닉스
입력 2017-09-21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