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왜 CCM 공짜로 부르죠?”… 한국찬양사역자연합 최인혁 회장 한국교회 향해 쓴소리

입력 2017-09-22 00:01
최인혁 한국찬양사역자연합(찬사연)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33주년 기념앨범 ‘인생 한 번’을 비롯, 회원들의 새 앨범을 소개하며 미소 짓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찬양사역자들만큼 한국교회의 동역자로서 목회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또 있을까요. 모든 예배에서 이들이 쓴 찬양을 부르고 연주합니다. 권사님 모임에서조차 ‘나의 등 뒤에서’ 같은 CCM을 불러요. 그런데 왜 교회는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공짜로 부르죠? 왜 찬양사역자들을 소홀히 대하는 거죠?”

올해로 찬양사역 33주년을 맞아 기념앨범 ‘인생 한 번’을 발표한 최인혁 한국찬양사역자연합(찬사연) 회장은 작심한 듯 한국교회를 향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동교로의 찬사연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지적한 교회들의 찬양 저작권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영리 목적을 추구하지 않았다, 은혜로 함께 나눈다며 그간 교회들은 CCM 음악이나 악보를 무심코 복사해 사용했다. 그 이면에는 밤새워 곡을 쓴 창작자들이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어렵게 생활하고 있으니 최 회장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그는 교회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대표적인 CCM 두 곡을 예로 들며 “그 찬양을 만든 A씨가 제대로 대우를 받았더라면 벌써 재벌이 됐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A씨는 여전히 전셋집을 전전하고 대출을 받아 어렵게 사역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한 CCM 남성그룹의 리더 B씨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B씨가 한 달에 가족에게 가져다주는 돈이 100만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애들을 키우고 사느냐’고 물었더니 사역이 없을 땐 막노동을 뛰거나 청원경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아내도 나가서 벌고요.”

현재 찬사연에 소속된 회원은 약 150명이다. 이들 중 80% 정도는 불러주는 교회가 없거나 제대로 된 사례비를 받지 못해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저는 오랫동안 훈련을 받았고 잔뼈도 굵었습니다. 찬사연 회장도 해 보니 더 이상은 그냥 지나칠 수 없겠더라고요. 전도사도 월급을 정하고 교회에서 일합니다. 담임목사도 세월이 흐르면 그만큼 사례비가 올라가요. 그런데 20년 전 찬양사역자 사례비로 교회에서 책정해 놓은 50만원은 지금껏 똑같아요. 찬양사역자들이 사례비를 얼마 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찬양사역자를 방송에 출연시키고도 교통비조차 주지 않는 기독교 방송사들도 있어요. 찬양사역자를 한국교회 동역자요, 동반자로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공짜 말고 정직하게 대가를 지불해 주세요. 저작권료도 꼭 내주시고요.”

예수전도단 화요기도모임 리더로 찬양사역을 시작한 최 회장은 한국교회에 CCM을 처음 소개한 주인공이다. ‘주여 인도하소서’ ‘우리 모두 노래합시다’ ‘주님 주신 삶’ ‘문을 열어’ ‘잃어버린 법궤를 찾아서’ ‘나는 너의 하나님’ 등 많은 찬양을 남겼다. 1990년대 말에는 다솔기획을 세워 소향 에이맨 아침 마르지않는샘 등 후배 CCM 가수들의 앨범을 제작했다.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과 같은 찬양사역 33년이라는 한 길을 걸어온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 많이 부족했고 아쉽고 부끄럽다”며 “다시 33년의 사역을 시작하면서 아쉬움은 줄이고 조금 더 예수님을 닮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다짐을 기념앨범 ‘인생 한 번’에 담았다. 11곡이 수록돼 있다.

다음 달 28일 오후 5시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선 ‘최인혁 33년 하늘이야기’ 콘서트도 연다. 연주자만 24명, 콰이어 40명, 코러스 6명이 함께하는 빅 콘서트다. 해외 선교사들과 찬양사역자들은 무료 초청이다. 콘서트에선 부흥과 흥행을 구별하지 못하는 한국교회, 하늘(천국) 얘기를 하지 않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진정한 하늘의 소망을 전할 계획이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천국에서 영원히 살 것입니다. 아니면 지옥에서 살든지…. 이 땅에서 사는 건 천국에서 잘 살기 위한 성적표를 받기 위한 과정입니다. 긍휼함을 안고 살자고요.”

글=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