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이 추석 때 편히 쉰다는 건 다 옛말이죠. 가족, 친구들 만나 계좌라도 하나 더 만들어야죠. 실적 채우려면 명절 때 지인영업은 필수에요” 은행원으로 10년을 근무한 A씨는 추석을 앞두고 이같이 토로했다.
최근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은행원들 사이에서 지인영업에 대한 불만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인영업은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을 대상으로 친분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영업방식이다.
은행원 A씨는 “은행 점포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거나 상품을 판매하기 쉽다. 그래서 추석에 지방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에 많이 나선다”고 설명했다. 은행원들이 이처럼 명절에도 영업을 뛰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원인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은행 간 경쟁 격화에 있다. 은행 간 치열해진 경쟁은 은행원에 대한 실적 압박을 불러왔으며,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의 발달로 은행권의 일자리까지 감소해 실적 압박을 부추기고 있다.
실적압박이 불러온 지인영업은 불완전판매, 대포통장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 지난해 출시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경우 실적을 채우기 위해 지인영업이 횡행하면서, 불완전판매는 물론 1만원 깡통계좌를 양성했다.
심지어 말도 못하는 유아 명의로 통장이 개설되는 상황까지 불러오고 있다. 은행원 B씨는 “명절 지인영업 최고 1순위는 아기들로, 아기들 명의로 신규 계좌 하나만 받아도 실적에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을 대상으로 계좌를 개설하면 자괴감이 들지만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노조가 은행 사업장 조합원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족이나 친구, 지인 등을 대상으로 상품을 강매한 경험이 한 차례이상 있다는 답변이 75%에 달했다. 금융노조는 은행원에 대한 인사평가 기준이 되는 KPI(핵심성과지표)의 평가 항목 가운데 62.6%(은행 평균)가 신규상품 판매와 관련된 항목으로 설정돼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원이 영업맨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은 소비자 피해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조계원 쿠키뉴스 기자 Chokw@kukinews.com
은행원에게 한가위란… 계좌 하나 더 뚫어야하는 슬픈 세일즈 맨
입력 2017-09-24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