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의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여권은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 끌어안기에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하는 등 당 지도부부터 개별 의원들까지 찬성표를 요청하는 읍소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직접 안 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인준 협조를 요청했다.
추 대표와 안 대표는 21일 본회의 전 회동을 추진했지만 국민의당 의원총회 일정을 이유로 불발됐다. 추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현안을 앞두고 있어 서로 원만하게 풀어가자 말씀드리려고 제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며 임명동의안 처리를 논의하기 위한 제안임을 설명했다. 국민의당과 불편한 관계를 보였던 추 대표가 직접 회동을 제안한 것은 그만큼 국민의당의 협조가 절박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추 대표의 제안 이후 국민의당 의원총회에 안 대표가 참석하기로 결정되면서 양측은 회동 일정을 추후 협의하는 방향으로 잠정 연기했다.
문 대통령도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직접 국민의당 설득에 동참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출국 직전에 안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협조를 구했고, 안 대표는 “좋은 성과 내시고 건강히 잘 다녀오시라”고 답했다고 한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김명수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야 3당 간사 간 합의로 적격·부적격 의견 및 사유를 병기하는 선에서 보고서 채택이 마무리됐다.
앞서 민주당은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내부 결의를 다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당이) 섭섭함을 느낀 것을 듣고 제대로 관계를 맺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한 분이라도 찾아뵙고 총력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대법원장 인선까지 밀릴 경우 ‘사법개혁’이 시작부터 흔들릴 것이란 위기감으로 야당 의원들을 향한 막판 설득작업을 이어갔다.
김명수 반대 입장을 정한 자유한국당도 국민의당 설득에 나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본인상 빼고 전원이 참석해 부결시켜야 한다”며 “다른 당 의원들에게도 친소관계를 통해 설득해 줄 것을 강력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를 직접 찾아 ‘부결 관철’을 호소했다.
바른정당 역시 내부 기류는 부결로 기울어 있다. 다만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이 인사청문 특위 위원장인 만큼 입장 표명을 아끼는 분위기다. 앞서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 때처럼 당론으로 반대를 명확히 할지, 아니면 국민의당처럼 자유투표를 통해 캐스팅보트의 여지를 남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본회의 당일 오전 의총을 열어 자유투표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김명수를 구하라”… 文 대통령도 안철수·김동철에 전화
입력 2017-09-2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