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3년 동안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일해 온 A씨는 센터의 공개채용에 지원하지 않았다. 그동안 민간위탁으로 운영돼 온 센터가 구청 직영으로 바뀌면서 기존 직원을 모두 해고하고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을 공개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20일 “시간선택제는 돈도 별로 못 받는 데다 나중에 경력 인정도 잘 안 된다”며 “특히 경력을 쌓을 필요가 있는 젊은 사람들에겐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다른 센터에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영화 바람이 불고 있지만 직원 처우는 민간위탁 때보다 오히려 더 열악해지고 있다. 센터를 꾸려온 기존 직원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구인난을 겪는 곳까지 나온다.
공무원 신분이 보장되는데도 왜 전문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일까. 직영화한 센터가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선택제임기제다. 시간선택제는 공무원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다. 시간선택제 일종인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은 시간선택제 전환 공무원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채용된다. 임금이 낮고 1년 단위로 재계약하기 때문에 상시 근무하는 전문인력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중 5곳(강북·동작·서초·성북·용산구)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직영화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주 35시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임기제 직원을 공개채용했다.
지난 2월 직영화된 용산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이 센터에서는 모두 시간선택제임기제로 채용했는데 연봉이 민간위탁 때보다 1000만원이나 깎인 사람도 있다”며 “능력 있는 사람들은 다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채용한 직원의 기본급 월급은 196만4000원이다.
올해 직영화한 동작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12명을 공개채용한다고 공고를 냈지만 8명밖에 지원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세 번의 추가채용을 거쳐서야 정원을 채웠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고급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인력이 일할 만한 근무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들도 불만이다. 인력이 전면 교체되면서 서비스의 연속성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급하게 직영화하면서 센터에 공백이 생긴 곳도 있다. 직영화를 추진 중인 은평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오는 29일 폐업한 후 다음 달 16일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기존 직원 13명 중 새로운 채용공고에 지원한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4년째 이곳에서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이근삼(48)씨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던 상담과 심리치료가 거듭 중단되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고용문제를 처리해 달라”고 구청에 항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구청에서 시간선택제로 채용하는 이유는 결국 예산 때문인데, 정신질환을 제대로 예방하면 돈이 더 적게 든다”며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중장기적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지금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관리하는 공무원조차 1∼2년마다 바뀌는 상황”이라며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행정부 내에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월급 줄고 고용 불안…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영화’ 몸살
입력 2017-09-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