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원랜드·서부발전·석탄공사·디자인진흥원 채용비리 관련 동시 압수수색

입력 2017-09-20 18:44 수정 2017-09-20 21:55
부정청탁에 따른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인사팀 사무실 입구에 20일 청렴을 강조한 구호가 붙어 있다. 뉴시스

검찰이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전국 공공기관 4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부당 채용 행위를 엄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대적인 공기업 사정(司正)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검찰청은 감사원이 지난 7월 수사를 의뢰한 강원랜드 한국서부발전 대한석탄공사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사무실과 관련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20일 밝혔다. 강원랜드는 춘천지검, 한국서부발전은 대전지검 서산지청, 대한석탄공사는 춘천지검 원주지청,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각각 압수수색을 벌여 채용 관련 각종 내부 자료를 확보했다.

전국 4개 검찰청이 한날 같은 주제로 공개수사에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일종의 ‘테마 수사’ 성격이 짙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수사 의뢰를 동일 사안을 보고 4개 공공기관을 함께 압수수색한 것”이라며 “순차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면 나중 순서의 기관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2013년 수질·환경 분야 전문가 채용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5급 비서관 출신 김모(45)씨를 특혜 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흥집 당시 강원랜드 사장이 지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김씨로부터 이력서를 받아 담당 직원에게 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도 채용 청탁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강원랜드 수사가 한국당 의원들을 직접 겨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원랜드는 2012∼2013년 선발한 신입사원 가운데 95% 이상이 청탁자와 연결돼 있었다는 내부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부발전은 최근 물러난 정하황 전 사장이 지난해 사장 인선 과정에서 면접 대상자 5명 중 4위에 불과했는데도 산업통상자원부 담당자의 ‘입김’ 덕에 임명된 정황이 나왔다. 석탄공사의 경우 2014년 8월 성적이 저조한데도 권혁수 당시 사장의 조카를 청년 인턴에 합격시키고 이후 정규직 전환까지 해준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디자인진흥원도 2015년 하반기 5급 직원 채용 때 점수 조작으로 전직 원장의 딸 등을 부당 합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 업무 전반을 감사했으며, 7월 12일 최 전 강원랜드 사장 등 8명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질타하며 사법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관계부처에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국무총리는 19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들의 사원 채용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 어렵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 드리고 있다”며 “채용비리가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규모로 관행처럼 자행된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지호일 기자, 춘천·서산=서승진 홍성헌 기자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