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도 급하지만… 미래 위해 학교 세웠으면” 이라크 모술 주민들의 귀향기

입력 2017-09-21 05:00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전쟁으로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났던 이라크 모술 주민들의 귀향기를 소개했다.

NYT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360도 입체 영상뉴스 서비스 ‘더 데일리 360도’는 모술 주민 유니스 살만씨 가족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조명하며 폐허 속에 싹트는 새로운 희망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지난 7월 해방된 이들의 고향은 처절하게 파괴됐지만 꿈에도 그리던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새롭게 삶의 터전을 일궈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6명의 자녀를 둔 살만씨는 지난 4월 폭격으로 집 지붕에 구멍이 뚫리는 일을 겪고 가족들과 피난민 대열에 합류했다. 모술 서부 하이알타낙 지역에 살던 가족은 이후 모술에서 동쪽으로 떨어져 있는 하산 샴 난민캠프에 몸을 맡겼다.

모술을 탈출한 난민들이 임시로 거주했던 열악한 천막촌에서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부부의 일상은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다. 학교에 갈 수 없게 된 아이들은 나가서 뛰놀 공간도 친구들도 없었다. 그저 하루 종일 텐트 안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난민캠프 생활은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을 키웠다.

모술을 되찾기 위한 9개월간의 격렬한 공방전 끝에 IS가 물러나자 피난민들은 귀향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살만씨는 캠프의 단출한 세간을 고향행 트럭에 싣던 때를 떠올리며 “당시 우리 가족은 너무나도 행복했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모술의 상황은 처참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가슴이 뛰었다던 그의 앞에는 전쟁이 남긴 폐허만이 남아 있었다. 전기는 고사하고 음식과 물조차 구하기 쉽지 않았다.

부서진 집 마당 한편에 햇빛을 피할 차양을 치고 다시 천막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피난민을 벗어난 가족은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그는 NYT 취재진에게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마을에 학교가 다시 세워져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게 되길 간절하게 소망한다”고 말했다. 아내 말카씨도 “집을 다시 세우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한다”면서 “우리는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란 소박한 꿈을 내비쳤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