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형주 치우치고…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 엔진은 실적 기대감이다.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이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착시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등 일부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의 좋은 성적표가 전체 기업의 실적처럼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핵 리스크' 등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지난 18일 2400선을 탈환했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사상 최초로 26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LG전자 등도 연일 신고가 행진을 기록 중이다. 상장사의 3분기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예상하는 성적표는 상당히 좋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252곳의 3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37조629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보다 52.5%나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걷어내면 순이익 규모가 쪼그라든다는데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140.1%, SK하이닉스는 401.2%에 이른다. 두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의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21.5%에 불과하다. 심지어 자동차업종과 전력업종의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왜곡현상을 우려한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조만간 발표될 3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반도체업 중심의 대기업에 치우쳐 있다"며 "일부 기업의 튀는 실적 예상치 때문에 산업 전반의 분위기가 좋은 것 같은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 상승세가 지나치게 반도체업종 위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성장 지체 한계 보이고…
국내 주식시장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반면 성장성은 낮은 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규 상장기업 가운데 중견·대기업 비중이 지나치게 큰 탓에 주식시장 전체도 성장이 더디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일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준석 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중견·대기업 위주로 상장돼 성장이 지체되는 양상을 보인다”면서 “이 때문에 주가지수도 정체됐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주식시장 신규 상장기업 시가총액(시총)과 성장률의 관계를 분석했다. 시총으로 볼 때 상장 시점 규모가 1분위 기업 집단에 속한 그룹은 최하위 5분위 그룹보다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7% 낮았다. 시총이 차이나더라도 성장성은 17∼20%로 비슷한 미국 상장기업과 비교하면 특이한 현상이다.
주식시장이 수익률을 내지 못한 건 이처럼 ‘크고 잘 안 크는’ 기업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서였다. 같은 기간 시총이 상위 1∼2분위인 신규 상장기업들의 비중은 시총 하위 4∼5분위 기업보다 17%가량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2001년 이후 신규 상장기업이 국내 주식시장 전체 시총의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존 상장기업에 비해 수익률이 낮고 변동성은 컸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식시장이 위기 국면을 맞았을 때 받는 충격도 상대적으로 컸다. 연구원에 따르면 위기 국면에 가까운 시기 주간 평균초과수익률 예측치는 우리 시장이 -3.1%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였다. 다음으로 낮았던 네덜란드(-2.6%)와도 격차가 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증시, 대형주 치우치고… 성장 지체 한계 보이고
입력 2017-09-20 2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