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결정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은 20일 도시바가 이사회를 열어 도시바메모리를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에 매각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인수 자금은 설비 투자비 4000억엔(4조500억원)을 합쳐 2조4000억엔(24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연합에는 베인캐피털 외에 SK하이닉스, 애플, 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의결권이 한·미·일 연합 49.9%, 도시바 40%, 도시바 외 일본 기업 10.1% 등으로 일본 측 의결권이 과반이라고 보도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은 막판까지 의결권 취득 포기, 제3자 매각 중단 요청 소송 취하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사회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산케이신문은 “도시바 이사회가 양측 안을 정밀 검토해 4000억엔을 추가로 내고 WD와의 소송을 배려하겠다는 한·미·일 연합 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의결권 비율을 15% 정도로 정해 각국의 독점금지 심사 기간 역시 길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바가 이달 말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겠다고 한 만큼 곧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 체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시바가 WD와 한·미·일 연합을 놓고 계속 저울질하며 입장을 수시로 바꿔 온 만큼 최종 계약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양측의 사인이 있기 전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WD와 도시바의 소송 역시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를 최종 인수하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1위(삼성전자)에 이어 2위 도시바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국내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세를 견제해 기술 격차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김현길 심희정 기자 hgkim@kmib.co.kr
“SK하이닉스 속한 한·미·일 연합, 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결정”
입력 2017-09-20 17:56 수정 2017-09-20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