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네가 뭔데 대통령 맡으라 마라 하느냐”

입력 2017-09-20 18:08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태 이후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 장악을 위해 과도정부를 이끌던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여러 차례 체포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고(故) 신현확(사진) 전 국무총리의 장남인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전 국무조정실 정책조정차장)은 부친의 생전 육성 녹음 등을 바탕으로 20일 출간한 저서 ‘신현확의 증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전 총리는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대통령 시절 부총리 등 정부 핵심요직을 지냈으며 10·26 직후였던 1979년 12월 최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임명됐다.

격동의 한국 현대정치사를 관통했던 그는 2007년 4월 별세했다.

신 이사장은 저서에서 “김재규(당시 중앙정보부장)가 박 대통령을 시해한 날, 최규하 당시 국무총리는 오후 8시30분쯤 김재규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해 듣고도 김재규가 체포될 때까지 4시간 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 일을 빌미로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12·12 이전에 이미 최규하를 체포하겠다는 말까지 했었다고 한다”고 썼다.

신 이사장은 또 신군부가 최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신 전 총리를 대통령으로 세우려고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저서에서 그는 “한번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아버지(신 전 총리)에게 ‘총리님이 대통령을 맡아주셔야 되겠습니다’라고 대놓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 아버지는 ‘네가 뭔데 일국의 재상에게 대통령을 맡으라, 마라 하느냐. 건방진 놈’이라고 호통을 쳤다”고 서술했다.

신 이사장은 신군부가 80년 2월에도 최 대통령을 체포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신 전 총리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는 군부의 제안을 일축했다”면서 “(아버지는) ‘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을 누가 무슨 권한으로 체포한다는 말이오’라고 쏘아붙였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장은 “최 대통령은 자신이 물러나기 직전까지도 군이 자신을 지지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신군부가 수차례 (최 대통령에게) ‘우리 뜻이 물러나라는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그제야 최 대통령의 사임이 이뤄졌으니 참으로 가여운 노릇이었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은 신 전 총리가 신군부의 계엄령 전국 확대에 반대하다가 80년 5월 20일 자진사퇴했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은 87년 6월 민주화운동 당시 직선제 개헌을 내용으로 한 ‘6·29선언’과 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을 제언한 사람이 신 전 총리였다고 주장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