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로 유입되는 충북 옥천군 소옥천 유역. 하천 인근 곳곳에는 축산 분뇨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옥천읍·동이면·군북면·군서면 일대에서 기자가 눈으로 확인한 곳만 10여 곳이 넘었다. 하천에서 불과 10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은 물론 심지어 하천 위에 건설된 다리 위에 분뇨를 방치해 놓은 곳도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 등의 홍보와 감시활동에도 축산 분뇨의 무단 방치를 막기에는 역부족처럼 보였다.
비 가림 시설도 없어 축산농가에서 불법 반출된 분뇨들은 비가 오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소옥천으로 유입된다. 인과 질소를 다량 함유한 가축 분뇨는 녹조의 발생 원인이다. 소옥천은 쓰레기와 뒤엉켜 썩어가고 있었다. 녹색 물감을 풀어놨다는 말 말고는 다른 설명이 어려울 정도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이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청호 녹조발생 현황 및 대책’ 자료에 따르면 대청호 제1지류인 소옥천 유역에는 소 축사(약 9800마리)가 밀집돼 있어 하루 평균 160.7㎥의 가축분뇨가 배출되고 있다. 배출된 가축분뇨는 인근 논과 밭, 하천변 등에 방치돼 수질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청호가 매년 여름이면 녹조로 몸살을 앓는 이유를 가축분료로 지목한 것이다. 실제 대청호는 1998년 조류 경보제(녹조)를 도입한 이후 1999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경보가 발령됐다.
소옥천은 대청댐 유역 전체 면적의 6%에 불과하지만 녹조 원인물질인 인의 발생량은 대청호 유입 하천 중 가장 많다. 하루 214.6㎏인 대청호 상류 9개 유입하천의 총인 부하량 중 72%가 소옥천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축산 분뇨의 정화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곳의 축사 대부분은 소규모여서 단속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가축 분뇨를 처리할 공공시설은 없고 민간이 운영하는 자원화 시설도 1곳에 불과하다.
지역 농민들은 볼멘소리를 했다. 김영관(62) 옥천군 군서면이장단협의회장은 “지역 축산농가들은 수십년 전부터 관례적으로 분뇨를 농경지나 하천변에 방치했다”며 “그동안 관리를 허술하게 한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수질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청호는 금강 상류가 아닌 중류에 댐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다. 대청호 상류는 구불구불한 사행천 형태이고 적은 비에도 오염물질의 호수 유입이 상대적으로 많다. 물이 머무는 시간도 162일로 길어 녹조 발생에 취약하다. 올해는 지난 7월 26일 회남수역(충북 보은)에 내려진 조류 경보가 한달만에 모든 수역으로 확대됐고 진앙이 된 회남수역 남조류는 20만6000cells/㎖을 넘어섰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5월 소옥천 수질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오는 2021년까지 축분 임시저장소 설치, 수거·운반 장비 지원, 도랑 살리기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마을 하수도·축분 처리시설, 생태하천 복원 등 환경개선 인프라 확충에도 나설 방침이다.
옥천=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대청호 녹조 주범인데… 축산 분뇨 딜레마
입력 2017-09-21 05:00